(영상)"정신병원, 입원환자 치료 목적 노동은 인권침해"
인권위 "노동 대부분 병원 운영상 필요…정신건강복지법 위반"
2022-04-19 12:00:00 2022-04-19 17:45:04
 
[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정신병원 등이 입원환자를 치료한다는 명목하에 과도하게 노동을 시킨 것은 인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이 나왔다.
 
인권위는 사회복지사 A씨가 자신이 근무한 정신병원이 입원환자들에게 작업치료 명목으로 청소·세탁 등 과도한 노동을 부과해 인권을 침해했다며 낸 진정 사건에서 이같이 판단했다고 19일 밝혔다. 또 향후 정신의료기관에서 이와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한 사안을 공개할 필요성에 따라 관련 내용을 공표했다. 해당 병원과 관할 자치단체는 인권위 결정과 시정 권고를 받아들여 조치에 들어갔다.
 
인권위에 따르면, B병원은 입원환자들에게 작업치료라는 명목으로 병동과 화장실, 샤워실 청소를 시키고 배식과 음식물 분리수거 등을 하게 했다. 환자들은 이러한 일을 하고 받은 4~7만원가량을 간식비에 충당했다. B병원의 임금지표에 따르면 식사 보조는 분당 10원이었고 화장실과 로비 등 다른 공간 청소는 시급 1500원~1800원, 식당 보조는 8000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진정이 제기되자 B병원은 “정신과 특성상 장기 입원이 많고 장기간의 입원 생활에 있어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무력감 또는 일상생활 기능 저하를 개선하기 위해 청소, 세탁, 음식물 분리수거 등 보조역할의 작업 재활 치료요법을 시행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작업치료는 2010년 1월부터 2020년 5월까지 동의를 받아 실시한 것으로 입원환자에게 노동을 강요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환자들은 치료에 필요한 주치의 면담조차 없었다며 이를 부인했다.
 
인권위는 작업치료가 실질적으로 단순 작업의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오히려 병원 운영 편의를 위해 환자들이 활용된 측면이 있다고 봤다.
 
인권위는 “환자들의 작업치료를 위한 장소가 직업 재활훈련실 등 작업에 필요한 시설 및 안전한 환경을 갖춘 곳이 아닌 병원 직원들의 근무 장소였다”며 “작업 장소의 현장관리자 또한 전문 요원이나 작업치료사가 아닌 보호사 등 병원의 일반 직원들이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작업치료를 위한 치료적 진단 및 평가 등의 관리가 적정하게 이루어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더욱이 작업치료에 참여하는 환자 대부분이 부족한 간식비 등을 충당하기 위해 참여했다고 진술한 점에 미뤄 경제적으로 궁핍한 환자들의 상황과 업무수행이 가능한 입원환자들의 노동력을 저임금으로 활용하려는 병원 측의 이익과 결부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정신건강복지법 제69조 ‘정신질환자에게 치료 또는 재활 목적이 아닌 노동이 강요되어서는 아니 된다’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위는 B병원에 노동부과 중단 및 작업요법을 개선해 운영할 것을 권고하고, 해당 병원이 위치한 시에는 향후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B병원을 비롯한 관내 정신의료기관에 대한 지도·감독을 철저히 할 것을 권고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입원환자를 치료한다는 명목하에 과도하게 노동을 부과한 A정신병원에 노동부과 중단 등 작업요법 업무 개선과 해당 병원이 위치한 시에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라는 권고를 병원과 시가 수용했다. 사진은 기사와 연관 없음.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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