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우리나라의 물가 전망치가 이달 6%에 육박하는 등 올해 하반기 ‘상방압력’에 빠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하반기에는 각종 공공요금이 줄줄이 오르면서 연간 물가가 5%대 진입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3일 <뉴스토마토>가 국제통화기금(IMF), 국회예산정책처(NABO),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5개 기관의 올해 물가 전망의 평균치를 낸 결과 올해 한국 물가 상승률은 4.3%로 나타났다.
하지만 4월부터 6월초까지 발표한 기관별 수치를 종합한 결과일 뿐, 하반기 불확실성이 가중될 경우 올해 한국 물가 상승률은 더욱 치솟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4월 초 비교적 빠르게 물가전망치를 발표한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를 보면, 한국의 올해 물가를 각각 3.2%, 2.9%로 전망한 바 있다.
하지만 4월 19일과 5월 3일 IMF·NABO 전망치에서는 4%를 내다봤다. 이후 5월 18일 KDI는 4.2%를, 같은달 26일 한은은 4.5% 물가 전망 내놨다.
이달 8일에는 OECD가 4.8%로 가장 높은 전망을 제시한 상태다. 즉, 시간이 지날 수록 물가 전망이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13일 <뉴스토마토>가 국제통화기금(IMF), 국회예산정책처(NABO),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5개 기관의 올해 물가 전망의 평균치를 낸 결과 올해 한국 물가 상승률은 4.3%로 나타났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문제는 공급망 문제, 우크라이나 사태, 국제유가 상승에 이어 공공물가, 가뭄으로 인한 농축산물 가격 상승까지 가세하면서 하반기 물가 상방 압력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현재 국제유가는 120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브렌트유는 지난 7일 배럴당 120.57달러로 120달러선을 돌파한 뒤 12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서부텍사스산원유(WTI)도 지난 8일 120달러선을 돌파한 뒤 120달러를 웃돌고 있다. 두바이유의 경우도 지난 10일 기준 배럴당 118.94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3월 9일(127.86달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국제유가가 상승하면서 국내 유가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이날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을 보면,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2073.0원으로 전날보다 4.4원 증가했다. 경유는 2073.4원으로 5.41원 뛰었다.
국내 휘발유·경유가격은 1년 전보다 각각 31.6%, 51.1% 올랐다.
정부가 지난달부터 유류세 인하의 법정최대한도인 30%까지 조치했으나 그 효과는 이미 소멸됐다는 평가가 많다. 유류세 인하 조치는 정률이 아닌 정액으로 적용돼 휘발유는 리터당 247원, 경유는 174원 내리는 효과를 발휘한다.
유가는 유류세 인하 조치 이후 1주일 만에 상승 전환 한 뒤 현재까지 고공행진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한달간 전국 평균의 누적 강수량도 영향을 주고 있다. 누적 강수량은 평년의 5.6%에 그치면서 가뭄으로 인한 양파, 감자 등 밭작물 가격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밭작물 가격을 보면, 1년 전 가격에 비해 마늘은 63% 올랐다. 쪽파는 86%, 감자 55%, 무 56%, 풋고추는 36%, 깻잎 28% 등 급증세다. 아울러 6·1 지방선거를 앞두고 억눌렀던 각종 공공요금이 다음달부터 본격적으로 인상을 앞두고 있어 물가 압력은 거세질 전망이다.
가스공사에 따르면 내달부터 민수용(주택용·일반용) 가스요금의 원료비 정산단가가 메가줄(MJ·가스 사용 열량 단위)당 1.90원으로 기존보다 0.67원 인상된다. 전기요금도 지난 4월에 인상된 데 이어 10월에도 kWh(킬로와트시)당 4.9원 추가 인상이 예정돼 있다. 가스와 전기 요금이 동반 인상되는 셈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연료비 급등으로 인해 막대한 적자가 발생한 점을 감안해 오는 16일 3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정부에 제출할 계획이다.
환율 상승도 고민거리다.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8.6%를 기록, 41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장중 1284.10원까지 급등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예측에서다.
이에 따라 국내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은 '6%대'를 기록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국내 소비자물가지수가 6%대를 기록할 경우 1998년 11월(6.8%) 이후 24년 만이다.
정부는 이달 16일 새정부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수정 경제전망과 물가전망을 함께 공개할 예정이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 교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이미 진입한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조치는 많지 않은 상황"이라며 "이달 6%대 물가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이를 시작으로 하반기에는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고 진단했다.
13일 <뉴스토마토>가 국제통화기금(IMF), 국회예산정책처(NABO), 한국개발연구원(KDI), 한국은행,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5개 기관의 올해 물가 전망의 평균치를 낸 결과 올해 한국 물가 상승률은 4.3%로 나타났다. 사진은 주유소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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