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토지·건물 소유자 달라져도 법정지상권 인정"
전원합의체 판결…"사회경제적 손실 방지할 공익상 필요"
2022-07-21 16:36:48 2022-07-21 16:40:36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동일인 소유이던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이 각각 소유자가 달라졌더라도 건물 소유자는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법정지상권이란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에게 속했다가 매매 등으로 소유자가 달라진 경우 건물 소유자가 등기 없이도 지상권을 취득할 수 있음을 말한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A씨가 B씨 등 2명을 상대로 낸 토지인도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전주지방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이번 소송의 대상이 된 토지는 원주인이 사망하면서 배우자 C씨에게 상속됐다. C씨는 2010년 B씨에게 토지를 증여했고 2012년 사망했다. 그 지상 건물은 C씨 부부의 상속인들이 공동 상속받았고 A씨는 2014년 1월 토지를 경매 절차를 통해 낙찰받았다.
 
A씨는 건물 철거와 자신이 낙찰받은 토지의 인도를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건물을 공동 소유한 상속인들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취득하고 있으므로 A씨의 철거 및 인도 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1심은 A씨의 청구를 인용해 B씨 등에게 토지와 건물을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또 임대료 명목의 469만원과 건물을 인도할 때까지 매월 약 25만원을 지급할 것도 명령했다.
 
2심은 "2010년 C씨가 B씨에게 토지를 증여할 당시 C씨는 공동건물소유주였을 뿐"이라며 "토지와 건물이 동일인 소유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A씨가 청구취지를 변경하면서 건물 철거비용과 임대료 총 120만원 등의 청구가 모두 인용됐다.
 
대법은 법정지상권이 인정하는 기존 판례를 배척한 원심이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을 인정하는 것이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전체 법질서에 부합한다"고 판시했다.
 
다수의견으로 대법은 "우리 법제는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을 각각 별개의 독립된 부동산으로 취급하므로, 토지와 그 지상 건물의 소유자가 분리될 때 건물의 철거로 인한 사회경제적 손실을 방지할 공익상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김재형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냈다. 김 대법관은 "관습법상 법정지상권은 관습법의 성립 요건을 갖춘 것이라고 볼 수 없고, 이에 대한 사회 구성원들의 법적 확신도 없으며, 전체 법질서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법적 규범으로서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명수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전원합의체 선고에 착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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