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당대표 당선)③'당대표' 이재명, 최대 과제는 '통합실현·팬덤극복'
역대 가장 강한 지도부 탄생…"당직자 임명부터 포용해야, 강성팬덤과도 선긋기"
2022-08-29 06:00:00 2022-08-29 06:00:00
[뉴스토마토 장윤서 기자] 이재명 신임 민주당 당대표가 28일 전당대회에서 압승을 거뒀다. 17개 지역순회 경선에서 강성 지지층이 몰려있는 권리당원의 절대적 지지 속에 연일 70%대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1·2차 국민여론조사에서도 높은 인지도를 내세워 압도적 승리를 챙겼다. 게다가 이 대표와 호흡을 맞추는 친명(친이재명)계 최고위원들도 대거 지도부에 입성함에 따라 과거 3김 시절을 연상시키는 역대 가장 강한 리더십을 구축하게 됐다.
 
다만, 이 대표 앞에 놓인 과제는 만만치 않다. 특히 포용과 화합을 통한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다.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확인됐듯 비명(비이재명)계와 건건이 대립을 보인 만큼 이들에 대한 포용을 통해 당내 갈등을 치유하고, 궁극적으로는 통합을 이뤄내야 한다는 요구다. 동시에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개딸)의 요구에 휩쓸려 당을 일방적으로 운영할 경우 일반 국민적 시각과 동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는 결국 차기 대권을 바라보는 이 대표로서는 풀어야 할 숙제다. 
 
이재명 민주당 당대표가 지난 23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에서 100분 토론에 앞서 토론회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친명계의 지도부 대거 입성은 그간 ‘변방의 장수’, ‘비주류’ 꼬리표를 떼지 못했던 이 대표가 당내 주류로 거듭나게 됐음을 의미한다. 그가 민주당 역사상 가장 강력한 리더십을 구축할 수 있게 된 만큼 당내에서는 이를 환영하기보다 우려의 시선으로 쳐다본다. 독주·불통·아집이 이어질 경우 ‘이재명의 사당화’ 논란을 넘어 차기 총선까지 내리 패할 수 있다는 당의 전반적 위기감이다. 
 
친이낙연계였던 한 의원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에게 주어진 최대 과제로 ‘통합’을 꼽았다. 그는 “우리가 야당이기 때문에 윤석열정부와 대여 투쟁을 해야 하는 상황인데, 이 투쟁이 제대로 되기 위해서는 당내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당내 화합을 먼저 만들고, 그 뒤에 똘똘 뭉쳐 대여 투쟁을 벌여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특히 당내 통합의 첫 단추는 이 대표의 ‘당직자 임명’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 대표는 당헌 4장 제26조(최고위원 지위와 구성)에 근거해 최고위원 2명을 지명할 수 있다. 또 사무총장 등 핵심 중앙당직자를 임명할 수 있는 권한도 주어졌다. 이 대표가 자신의 측근들만 기용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계파를 지도부, 중앙당직자로 투입시켜 균형감을 맞춰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계파 색을 따지지 않는 인재 등용은 이 대표를 극렬하게 반대했던 이들의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는 안정제 효과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간 친문, 비명 등을 중심으로 이 대표가 당권을 잡을 경우 차기 총선 과정에서 공천학살이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이 강하게 작동됐다. 때문에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박용진 후보 등은 이 후보에게 ‘공천권 내려놓기’ 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우상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6일 “계파 간 대립구도가 반영된 공천학살은 불가능한 정당이라고 다시 한 번 규정한다”며 비명계의 불안을 달래는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우 위원장은 “(전대 과정에서)새로운 긴장관계가 형성되는 것을 보면 우려스럽지만, 새로운 지도부 안에서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고 주류와 비주류 사이 공개 및 비공개 대화가 잘 진행되길 바란다”며 “다음 당대표가 어느 분이 되든 주류 그룹이 되면 비주류와 소통이 최우선 돼야 한다”고 마지막 당부를 남기기도 했다. 
 
친문계의 한 의원은 “이 대표가 당내 통합을 잘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당대표 선거에서 ‘이재명이 되면 당이 쪼개진다’는 말도 나오고 했지만, 그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기우에 그치도록 이 대표가 통합 정신을 구현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김두수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민주당 역사상 가장 강한 당대표, 강한 주류가 탄생했는데, 이럴 때일수록 소수인 비주류를 끌어안는 통합의 정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당대표로서 최고위원회를 구성할 때 취약지역, 비주류 등을 고려해서 자기 사람보다는 골고루 투입시킬 수 있도록 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지난 2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서울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주먹을 쥐어보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강성 팬덤을 극복하는 것도 이 대표의 과제다. 이들은 이 대표가 불리한 국면마다 당 청원게시판 등을 활용하며 적극적으로 세력을 과시했다. 다양한 의혹으로 검·경의 수사를 받고 있는 이 대표가 검찰의 기소만으로 당직 정지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며, 당헌 80조 개정을 청원한 것도 이 후보의 강성 지지층이었다. 하지만 곧장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면서 당은 갈등의 수렁으로 빠졌다.
 
특히 민심과 동떨어진 강성 지지층의 일방적 주장은 당 지지율 하락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뒤따른다. 지난 26일 발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정기 여론조사 결과(23~24일, 18세 이상 성인 1018명 대상)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40.3%가 당헌 80조에 규정된 ‘기소시 당직정지’를 유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층으로 좁히면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59.8%로 크게 높아졌다. 당심과 민심이 크게 괴리된 모습이었다. 이번 당헌 개정 논란으로 친명 대 비명 간 계파 갈등이 다시 심화되자, 당 지지율 또한 하락했다. 민주당은 직전 조사에서 50.2%의 지지를 얻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5%포인트 하락한 45.2%에 만족해야 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대표가 강성 지지층의 주장에 의존하거나 이들의 주장을 명분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 할 경우 '이재명 사당화' 논란이 재발해 민심으로부터 다시 외면받을 수 있다는 우려는 그래서 크게 다가온다. 문재인정부에서 팬덤정치에 기댔던 한 친문계 의원은 “우리도 팬덤을 극복하지 못했다”며 “팬덤 정치가 득도 되지만 실도 크다. 당장의 환호에 기대면 안 된다. 그렇기 때문에 아닌 것은 아니라고 말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자기반성을 담은 조언을 건넸다. 
 
김 대표도 “팬덤 정치에 너무 매몰되지 말고 확실하게 선을 그을 때는 그어야 한다”며 “특히 이 대표는 포퓰리스트라는 오해를 받고 있는 만큼 직접 민주주의를 너무 강화하면 함께 휩쓸려 당 지지율, 차기 대권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하다”고 말했다.  
 
장윤서 기자 lan486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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