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1년을 넘겨 일했지만 2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사한 노동자에게도 2년 만근 노동자와 같은 연차일수를 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7일 경비용역을 담당하는 A사가 용역을 의뢰한 B재단을 상대로 제기한 연차수당 미지급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1년 이상 근무했지만 2년을 채우지 못한 노동자에게 연차휴가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본 원심판결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다만 B재단이 지급한 연차수당에 대해서는 미지급분이 없다고 판단해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이날 쟁점은 ‘1년 초과 2년 이하’로 일한 노동자에게 부여되는 연차일수 산정 방법이었다.
현행 근로기준법 60조 1항에 따르면 사용자는 1년간 80% 이상 출근한 노동자에게 15일의 연차휴가를 줘야 하고, 1년 미만으로 일한 노동자와 1년간 80% 미만 출근한 노동자도 한 달 개근했다면 하루의 유급휴가를 주도록 돼 있고, 60조 2항은 사용자는 계속 일한 기간이 1년 미만인 노동자 또는 1년간 80퍼센트 미만 출근한 노동자에게 1개월 개근 시 1일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한다고 돼 있다.
대법원은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 또는 연차휴가 수당 청구권은 전년도 출근율이 총족되면 당연히 발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연차휴가를 사용할 해당 연도가 아니라 그 전년도 1년간 노동에 대한 대가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다른 특별한 정함이 없는 한 그 전년도 1년간의 노동을 마친 다음 날 발생한다”고 했다.
이에 따라 1년간 기간제 계약을 체결하고 계약기간이 만료될 경우 노동자에게는 최대 11일의 연차 휴가만 부여된다. 하지만 1년을 초과하고 2년 이하의 노동을 제공한 노동자에 대해서는 근로기준법 제60조 2항에 따라 11일의 연차휴가가 발생하고, 1년 근무를 넘긴 다음 날 근로기준법 제60조 제1항에 따라 2년차 노동에 따른 15일의 연차휴가까지 발생하게 된다.
대법원은 “결국 1년 초과 2년 이하의 노동기간동안 부여되는 최대 연차휴가 일수는 1년차 노동에따른 11일, 1년초과 시점에 발생한 15일을 합해 총 26일”이라고 판시했다.
이번 사건은 A사 소속 경비원 6명이 2019년 12월 31일 퇴사하면서 시작됐다. A사는 2018년 1월 B재단에 용역계약에 따라 경비원들의 연차수당 합계액 등을 포함한 내역서를 청구했다. 문제는 이들 경비원 입사일이 제각각인 관계로 연차수당에 차이가 생겼다는 것이다. 경비원 4명은 2년을 일했고, 1명은 1년3개월 다른 1명은 1년을 일했다.
A사는 2018∼2019년 연차수당을 일단 지급한 뒤 B재단에 보전을 요구했으나, B재단은 “경비원들은 파견 노동자가 아니고 용역계약은 2019년 12월 31일 종료됐으므로 2019년 연차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며 경비원 6명 중 일부의 연차수당만 지급했다.
1심은 A사가 승소했다. 하지만 2심은 B재단의 주장을 받아들여 2019년 연차수당을 지급할 필요가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도 상고기각 판단을 내리며 2심 판단을 확정했다. 노동기간이 2년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이 연차휴가일수 15일을 모두 사용해 남은 연차일수가 없다는 것이다. 또 노동기간이 1년과 1년 3개월인 노동자들 역시 사용하지 않은 연차휴가에 대한 수당이 이미 B재단이 지급한 수당을 초과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2년 만근을 하고 퇴직한 노동자와 1년 3개월을 근무하고 퇴직한 노동자에게 부여해야 할 연차휴가일수는 26일로 동일하다는 취지의 첫 판단”이라고 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사진=뉴시스)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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