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LG디스플레이(034220)가 전격적인 조직 개편을 단행한 가운데 중소형 OLED 중심 사업 재편을 통해 수익성 확보에 나설 전망이다.
그간 LG디스플레이는 전체 매출에서 LCD가 차지하는 비중이 65% 이상으로 LCD 패널 시황이 실적에 직결돼왔다. 따라서 수요가 급감한 대형 LCD 비중을 축소하면서 성장성이 기대되는 중소형 OLED 강화에 사활을 걸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임직원의 전환배치와 함께 가격 경쟁력이 낮은 TV용 LCD 패널 국내생산 종료시점을 이르면 내년 상반기로 기존 계획보다 6개월가량 앞당기는 방안을 추진한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 23일 임직원들에게 계열사 전환 배치에 대한 신청 안내 이메일을 보냈다. 전환 배치 시점은 올해 말∼내년 초로 예상되며 대략 200∼3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LG전자와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LG생활건강, LG CNS 등 다른 계열사 직군으로 적을 옮기게 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사업 구조 재편을 가속함에 따라 효율적인 인력 배치를 하기 위한 조치"라며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나 희망퇴직은 전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LG디스플레이 경기 파주 사업장. (사진=LG디스플레이)
인적 쇄신과 함께 투자에 있어서는 허리띠를 바짝 졸라매며 '선택과 집중' 전략을 펼친다. 올해 시설투자 규모는 연초 계획 대비 1조원 이상 축소한다. 다만 전년과 비교해서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도 감가상각비의 절반 수준에서 투자를 집행할 예정이다.
다만 연구개발(R&D) 투자는 지속 상승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3분기 누적 연구개발비로 1조8527억원을 집행해 지난해 같은 기간 1조5170억원에서 22.1% 더 투자했다. 연구개발비가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0%에 육박한다.
추후 LG디스플레이의 R&D 투자는 폴더블을 포함한 중소형 OLED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LG디스플레이는 대형 OLED 시장에서 90% 이상의 점유율로 독보적인 위치에 있으나 중소형 OLED에서는 10% 안팎의 점유율에 그치고 있어서다. 실제로 옴디아가 조사한 지난해 중소형 OLED 시장 점유율(매출 기준)을 보면 삼성디스플레이(68.0%) 1위, LG디스플레이(12.5%) 2위, 중국 BOE(10.3%) 3위 순으로 조사됐다.
문제는 내년부터다. 애플을 필두로 IT 기기 디스플레이 트렌드가 LCD에서 OLED로 변화하고 있어서다. 애플은 이르면 2024년부터 자사의 태블릿 '아이패드'와 노트북 '맥북'에도 OLED 패널을 탑재할 것으로 점쳐진다. 2025년에는 폴더블 태블릿을 내놓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현재까지 애플은 LG디스플레이의 '큰 손' 고객사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애플의 노트북에 탑재되는 LCD 패널 중 LG디스플레이 점유율은 약 55%에 달한다. 아이패드 LCD 패널 점유율도 38% 가량으로 추산된다. OLED 전환이 늦어진다면 해당 물량을 경쟁사에 뺏길 수 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김희연 LG디스플레이 경영전략그룹장은 지난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LCD 패널을 생산하는 국내 7세대 팹에선 13만장을, 중국 8세대 팹에선 8만장을 축소할 예정"이라며 "7세대 팹은 당초 계획보다 6개월에서 1년 정도 축소 계획을 앞당길 예정이고, 비슷한 시기에 8세대 생산도 축소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LG디스플레이의 LCD 라인은 OLED 라인으로 빠르게 전환될 것으로 보인다.
스마트폰 분야도 마찬가지다.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아이폰14 프로·프로맥스 모델에 해당 들어가는 차세대 OLED 패널도 애플에 공급하기 시작했다. 해당 패널은 LTPO(저온다결정산화물) TFT(박막트랜지스터) 방식으로 LTPO는 LTPS(저온다결정실리콘) 기반 OLED보다 전력 효율이 좋고 고주사율 구현에 유리하다. LG디스플레이가 모바일 제품 양산용으로 LTPO OLED를 애플에 공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LG디스플레이의 올해 영업손실은 2조원으로 막대한 수준이나 위험 회피 전략이 구사된다면 내년 대규모적자 축소가 가능한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유임된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의 위기 탈출 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호영 사장은 구광모 회장의 '믿을맨' 으로 꼽힌다. LG생활건강, LG화학 등 주요 계열사에서 CFO(최고재무책임자)를 역임한 재무통이다.
정호영 사장이 CEO로 취임했던 2019년 LG디스플레이는 1조원 이상의 영업손실을 내는 등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취임 1년 만에 분기 흑자전환을 이룬데 이어 지난해에는 연간 2조2300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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