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승진 기자] 불법 선거 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기소 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56)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함께 기소된 유동규씨와 남욱씨, 정민용씨가 관련 혐의를 모두 인정한 가운데 검찰 역시 "이 정도로 증거가 탄탄한 사건은 드물다"며 혐의 입증을 자신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23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과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공사 전략사업실장을 지낸 정민용 변호사, 대장동 민간개발업자 남욱 변호사 등 4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검찰과 변호인 양측 의견을 듣고 증거 채택 등 입증 계획을 정하는 절차로 피고인이 출석할 의무는 없다. 하지만 이날 김 전 부원장은 직접 법정에 출석했다.
김 전 부원장 측은 재판에서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기본적인 입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라며 혐의를 재차 부인했다. 이어 "유동규 피고인으로부터 돈을 받은 사실이 없고, 검찰 조사에서도 수차례 주장했지만 검찰은 별로 판단할 생각이 없는 것 같아 진술을 거부하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억울한 점을 (다가올 재판에서) 충분히 밝힐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은 그간 검찰 수사에서도 사실상 진술 거부권을 행사하며 자신의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진다.
반면 검찰은 "공소장 기재된 공소 사실 한 문장, 한 문장이 증명 가능하다"며 "뇌물 등 은밀히 이뤄지는 범죄에서 이 정도로 증거가 탄탄한 사건은 드물다"고 반박했다. 또 "유동규와 남욱, 정민용 등 3명은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있는데, 김용 전 부원장만 사실관계를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날 재판에서 유동규씨와 남욱씨, 정민용씨 측은 전반적인 공소사실에 대해서 "인정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검찰은 이번 사건이 약 10년전부터 진행됐다고도 말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단순히 2021년도에만 국한돼 일어난 범행이 아니다"라며 "10년전부터 피고인들이 대장동 개발사업과 경제적으로 유착돼 공동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 특성상 공모관계 범행 동기 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구체적 사실을 기재한 것으로 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소장 일본주의는 검찰이 기소 단계에선 범죄사실만을 적은 공소장을 제출하고, 예단이 생길 수 있는 서류나 증거물을 첨부하거나 인용해선 안 된다는 원칙이다. 김 전 부원장 측이 검찰이 배경 사실을 방대하게 적어 공소장 일본주의에 반한다고 주장하자 검찰이 이에 대해 반박한 것이다.
다만 재판부는 "공소장일본주의에 위반되는 내용은 삭제하도록 하는 대법원 판례가 있으므로, 검찰이 검토한 뒤 필요할 경우 정리해주면 좋겠다"고 검찰에 요청했다. 이어 다음 공판 준비 기일은 내년 1월 19일에 열겠다고 밝혔다.
앞서 김 전 부원장은 민주당 대선 예비경선 전후인 지난해 4∼8월 유 전 본부장, 정 변호사와 공모해 남 변호사로부터 4회에 걸쳐 대선 자금 명목으로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지난달 8일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김 전 부원장은 이 대표 캠프의 총괄부본부장으로서 대선 자금 조달·조직 관리 등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지난해 2월 유 전 본부장에게 대선 자금 용도로 20억원가량을 요구했고, 이 내용을 전달받은 남 변호사가 정 변호사와 유 전 본부장을 거쳐 돈을 보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남 변호사가 건넨 돈 중 1억원은 유 전 본부장이 쓰고 1억4700만원은 전달하지 않아, 김 전 부원장이 실제 받은 돈은 총 6억원으로 판단했다.
2019년 12월 '김용의 북콘서트'에서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왼쪽)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김용 부원장 블로그)
조승진 기자 chogiz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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