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8기 제6차 전원회의 확대회의를 주재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어떤 종류든 북한이 새로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전례 없는 공동대응에 직면할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29일 보도된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밝힌 내용이다. 이는 북한 핵실험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위기가 고조될 경우 미국 등 우방국과의 관계를 바탕으로 강력한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발언으로 해석된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도 지난달 13일 인천시 강화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한다면 전례 없는 수준의 그리고 되돌리기 어려운 억제와 제재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 비슷한 수위의 발언을 내놨다.
대북정책 추진의 최고 컨트롤타워인 윤 대통령과 권 장관이 북한의 7차 핵실험 강행 시 전례 없는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했지만,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4일 "정부가 꺼낼 마땅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기존 대북 제재와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 한미일 군사훈련 수준을 좀 더 강화하는 것 외에 다른 대응 방안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뜻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월 5년 만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대북 제재 회피에 기여한 북한 개인 15명과 기관 16곳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추가 지정했다. 12월 들어서도 미국, 일본과 연계해 역시 개인 8명과 기관 7곳에 대한 독자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이어 미국과 일본도 연쇄적으로 대북 독자제재에 나섰다.
하지만 정부의 북한에 대한 경제적 제재는 이미 남북 교류가 중단된 상황에서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 '한미일 대 북중러' 구도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경제적 지원을 받는 북한에 큰 타격을 가하기 어렵다.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도 유엔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사실상 추진하기 힘든 상황이다.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와 한미일 군사훈련을 통한 확장억제 강화도 북한에게 큰 위협이 될 만한 대응책은 못 될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해 미군은 핵잠수함부터 폭격기까지 전략자산을 잇달아 한반도에 전개시키며 '확장억제' 실행력을 높였다. 9월 동해상에서는 미 해군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로널드 레이건'이 참가한 한미일 전력의 대잠수함 훈련이 실시됐고, 이후 한미 연합공중훈련 '비질런트 스톰'에는 미 공군 폭격기 B-1B '랜서'도 참가했다. 그 어느 때보다 군사훈련 강도를 높였다는 점에서 북한에 잠시 위협이 됐겠지만, 실질적 대응책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00mm 초대형 방사포 증정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지난 1일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면 (정부에서는) 그에 상응하는 미사일을 쏘는 방식의 대응이 가능하지만 핵실험을 한다면 무엇을 할 수 있느냐"며 "당장 전폭기 등 전략자산을 전개해서 북한에 잠깐 위협은 할 수 있는데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대북 제재도 강화할 만큼 해왔다"며 "그렇기 때문에 더 이상 제재를 강화할 방법도 없다. 실질적으로 더 추가할 것은 없다"고 진단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핵실험을 하면 (정부는) 더욱 강경하게 군사적으로 압박하겠다는 것인데 더 강경하게 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수작전'이라든지 '평양 수복'이라든지 또 이런 이야기가 나오지 않겠느냐"며 "그게 가능한 이야기인가. 그런 이야기를 왜 계속 되풀이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핵실험 대응) 카드가 없다는 것을 빨리 인식할 때부터 문제 해결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