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 임차인에게 거주 중인 주택에 대해 경매 유예 및 정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제도화합니다. 또 피해 임차인이 경매에 참여할 경우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임대인의 세금체납액도 주택별로 나눠서 환수합니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27일 이러한 내용의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정부는 특별법 제정을 통해 피해 임차인이 직접 경매 유예 및 정지를 신청할 수 있도록 개선합니다. 다만 특별법의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으려면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는 등 6개 요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정부는 또 피해 임차인에게 거주 중인 주택을 우선 매수할 수 있는 권한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전세사기 주택을 매수하려는 피해임차인은 현재 다른 채권자 등과 마찬가지로 최고가로 입찰하는 경우에만 낙찰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특별법이 적용되면 우선 매수 신고 시 최고가낙찰액과 같은 가격으로 주택을 매수할 수 있습니다.
이번 대책에는 임대인의 조세채권을 일정한 비율에 따라 나누는 방안도 포함됐습니다. 임대인의 전체 세금체납액을 개별주택별로 나눠 주택 경매 시 조세당국은 해당 주택의 세급체납액만 분리 환수한다는 입장입니다. 전세사기 피해 발생 시 임대인의 세금체납액이 많을 경우 피해 임차인의 배당 손실이 크기 때문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세는 사인 간의 계약이다 보니 정부가 나서 피해금을 물어주기는 쉽지 않다"며 " 현재로서는 국토부에서 제시한 전세사기 재발방지 방안부터 시행하고, 실행 과정에서 제기되는 추가문제를 보완 수정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조언했습니다.
피해 임차인이 거주 주택을 낙찰받으면 금융·세제도 지원합니다. 먼저 주택기금 구입자금대출디딤돌 이용 시 우대요건을 적용하고 거치기간도 기존 최대 3년으로 연장됩니다. 특례보금자리론도 소득과 관계없이 금리 인하 우대 등이 적용됩니다. 이외에 거주 중인 주택을 낙찰받을 경우 200만원 한도 내에서 취득세를 면제하고 3년간 재산세도 감면됩니다.
특히 정부는 공공임대를 활용해 피해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적극 지원합니다. 전세사기 주택에 계속 거주를 희망하지만 낙찰을 원하지 않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경우 LH가 해당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로 제공합니다. L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피해 임차인으로부터 우선매수권을 양도받아 해당 주택을 경·공매로 매입 후 공공임대로 공급하는 겁니다.
LH가 올해 계획한 매입임대 규모는 3만5000호로 전세사기 피해자는 소득·자산요건 상관없이 매입임대 입주자격을 부여합니다. 만약 LH가 해당 임차주택을 매입하지 못할 경우에는 인근지역의 유사 공공임대에 우선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합니다.
전세사기에 대한 처벌도 한층 강화됩니다. 특정경제범죄법에 사기죄 등 이득액 합산규정을 신설해 전세사기에 대한 재산범죄 가중처벌을 추진합니다. 현재는 사기죄로 인정받으려면 피해자별 피해금액이 5억원 이상이어야 하지만 법 개정을 통해 범행방법이 동일 또는 유사하면 피해금액을 모두 합산해 가중처벌을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생계가 바빠 피해지원을 신청하기 어렵거나 몰라서 활용하지 못하는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자체, 피해지원센터 등과 찾아가는 서비스도 확대하겠다"며 "전세사기 피해가 많은 지역 내 주민센터에 상담부스를 설치하고 법률·심리 전문상담 인력도 확충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정부가 특별법을 제정해 피해 임차인에 경매 유예·정지 신청 권한을 부여합니다. 사진은 인천 미추홀구 전세사기 피해를 호소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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