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현대·쌍용차 파업 손배소 파기환송…현대차,'노란봉투법' 닮은꼴 판결
"노조원 개인별로 책임 따져봐야"…노란봉투법 입법 정당성 실려
2023-06-15 17:01:46 2023-06-15 18:31:53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노동조합 구성원 개인에 대한 손해 배상 청구에 제약을 거는 이른바 '노란봉투법'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습니다. 불법 파업에 참여했더라도 행위의 정도에 따라 노조원 개인별로 책임을 따져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조원 개인에 대한 책임을 조합과 동일하게 물을 수 없고 개별적인 책임 제한이 가능하다는 판례가 수립되면서 노란봉투법이 입법되지 않더라도 사실상 효력을 갖게 된 것과 같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15일 현대자동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조합원 4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습니다.
 
"노조원 개인에 조합과 같은 책임 안 돼"노란봉투법 목적 부합
 
대법원은 "노동조합의 의사결정이나 실행행위에 관여한 정도는 조합원에 따라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다"며 "개별 조합원에 대한 책임 제한의 정도는 노동조합에서의 지위와 역할, 쟁의행위 참여 경위 및 정도, 손해 발생에 대한 기여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노동쟁의 사안의 특수성을 고려해 노조원별로 책임 제한의 정도를 개별적으로 다르게 평가해야 한다는 건데, 이 같은 판단은 야권이 추진 중인 노란봉투법의 입법 목적과 맞닿아 있습니다.
 
실제로 노란봉투법에는 '법원은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경우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겨있습니다.
 
앞서 현대차는 2010년 11월15일부터 같은 해 12월9일까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가 울산공장 1·2라인을 점거해 공정이 278시간 중단되면서 손해를 입었다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1·2심은 조합원들의 불법 쟁의행위에 따른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고 회사에 20억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득중 금속노조 쌍용자동차지부장을 비롯한 금속노조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서울 대법원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쌍용차 파업 손배소도 파기환송…"배상금 감액해야"
 
대법원은 쌍용자동차가 정리해고에 맞서 파업을 벌인 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서도 판결했는데, 노조의 파업 책임을 인정하면서도 배상액 일부를 다시 판단하라고 결론냈습니다.
 
대법원 3부는 이날 쌍용차가 전국금속노동조합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금속노조가 회사에 33억1140만원과 지연손해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대법원은 "이 사건 파업이 그 정당성의 한계를 벗어났으므로 피고(금속노조)는 그로 인한 원고(쌍용차)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본 원심의 판단에는 잘못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원고가 2009년 12월쯤 파업복귀자들에게 지급한 18억8200만원은 파업과 상당한 인과관계에 있는 손해라고 보기 어렵다"며 해당 금액을 배상금 산정에서 제외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금속노조 조합원들은 2009년 77일간 정리해고 반대 파업 농성을 벌였습니다. 이에 쌍용차는 손해가 발생했다며 금속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앞서 1심은 "목적 및 수단에 있어 정당성을 갖추지 못한 쟁의행위로 위법하다. 파업에 폭력적인 방법으로 가담한 피고들의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된다"며 금속노조가 쌍용차 측에 33억여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습니다.
 
법조계는 대법원의 이번 판결을 통해 노란봉투법 입법에 정당성이 실렸다고 평가했습니다.
 
다시 말해 국회에는 입법을 촉구하고, 거부권을 행사하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에는 정당성을 박탈했다는 것입니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국회와 정부 모두에 따끔한 경고를 한 것 같다"며 "대법원 판결이 나오면 하급심이 그에 따르는 경향을 보이는 건 맞지만 법률을 제정해 틀을 잡아주는 법적 안정성을 위해 입법이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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