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유진 기자] 최저임금위원회 근로자위원들이 전원 퇴장하면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결정할 제8차 전원회의가 파행 사태를 맞았습니다. 근로자위원들은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의 모두발언이 끝나자 일제히 자리를 떴습니다.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최저임금위원회 제8차 전원회의에서는 근로자위원들이 발언 후 전원 퇴장하면서 20분만에 파행됐습니다. 이날 노사 양측이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 폭을 내놓고 논의할 예정이었습니다.
경영계는 모두발언에서 경영상의 어려움 등을 예로 들며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했습니다. 업종별 차등 적용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숙박·음식점업 등을 중심으로 내년도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경총 전무는 "임금 결정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능력과 법의 4가지 기준을 살펴볼 떄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인상하기 어렵다"며 "지난해 최저임금 미만율은 여전히 높고 중소기업의 절반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발언에 나선 이명로 중소기업중앙회 인력본부장 역시 인상은 어렵다는 주장을 펼쳤습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보면 고용이 오히려 줄어든다는 연구결과가 최근에 나왔다. 특히 청년, 저소득, 숙박음식업, 건설업에서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렇든 소득재분배, 고용영향을 고려할 때 최저임금 수준은 크게 인상되면 여러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사실상 동결을 주장했습니다.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제8차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근로자위원들이 '김준영 위원 강제 해촉' 등을 이유로 자리를 떠 파행됐습니다. 사진은 모두발언이 진행되는 모습.
근로자위원들은 고용노동부의 김준영 한국노총 금속노련 사무처장 해촉,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 위촉 반려 등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부의 김준영 위원 해촉은 일방적인 조치였으며 김만재 위원장은 근로자위원에 적합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박희은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고용부가 최저임금법 위원추천 기준에도 없는 내용을 자의적으로 해석하는 것에 항의한 바 있으며 최저임금위원회의 독립성과 공정성 보장을 요구했다"며 "이런 상황에서 제대로 심의가 진행될 수 있을지, 형식적으로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짜인 구도에서 심의가 진행돼야 하는 것인지 반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 역시 "김준영 처장만의 불리한 여건을 악용해 강제 해촉한 것은 떳떳하지 못한 처사임을 알길 바란다"며 "고용부는 김만재 위원장에 대해서도 무례하고 자의적인 해석으로 신규위원 위촉을 거부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명과 삶을 담보로 정부의 비상식적인 노동 탄압 폭거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더는 최저임금위원회 회의에 참석이 어렵다"며 "향후 최저임금위원회 참석에 대해 숙고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류 사무총장의 모두발언 이후 근로자위원들이 전원 퇴장하자 회의는 정족 수 미충족으로 파행됐습니다.
근로자위원들은 29일 예정된 제9차 전원회의 참석 여부에 대해서도 '심사숙고 후 결정하겠다'며 말을 아꼈습니다. 이에 내년도 최저임금의 법정기한 내 심의는 더 요원해질 전망입니다.
최저임금 법정 심의기한은 오는 29일까지입니다. 최종 고시 시한은 매년 8월5일로,이의제기 절차 등을 감안하면 늦어도 오는 7월 중순까지는 심의를 마쳐야 합니다.
전문가들은 근로자위원의 자리가 채워지지 않은 채 전원회의가 강행될 경우 공정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고 진단합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노·사·공 인원이 동일하지 않은 상태에서 회의가 진행되면 추후 '과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등의 문제 제기가 있을 수 있다"며 "자의를 가지고 회의에 불참할 수는 있지만, 지금은 타의에 의해 공석이 생긴 만큼 노·사·공 동수가 원칙인 만큼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금속노련 등 37개 노동·시민·사회단체는 '윤석열 정권 퇴진운동본부 준비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대정부 전면전을 선포한 상황입니다. 이들은 다음달 15일 범국민대회를 열고 정권 퇴진 운동을 본격화하겠다는 입장입니다.
27일 정부세종청사에서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제8차 전원회의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근로자위원들이 '김준영 위원 강제 해촉' 등을 이유로 자리를 떠 파행됐습니다. 사진은 회의장을 떠난 근로자위원들이 투쟁 구호를 외치는 모습.
세종=김유진 기자 y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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