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은 새롭고 신기한 것을 좋아하거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하는 마음입니다. 인간만이 가진 것은 아닙니다. 고양이 앞에 공을 굴려주면 흥미를 보이며 요리조리 움직이듯 지적생명체라면 모두 갖고 있는 본능입니다.
호기심은 인류를 발전하게 만든 원동력입니다. ‘저 두 물질을 섞으면 어떻게 될까’ ‘우주의 끝은 어디일까’ ‘새들은 어떻게 하늘을 날까’ 등 호기심으로 시작한 행동들이 쌓여 긍정적인 결과물을 이끌어 냈습니다. 문명은 호기심의 산물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그러나 호기심은 양날의 검입니다. 희한한 포인트로 호기심이 발동하면 오히려 해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판도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최초의 여성입니다. 제우스는 판도라의 탄생을 축하하며 상자를 줍니다. ‘절대 열어보지 말라’는 경고와 함께 말이죠.
호기심이 문제입니다. 판도라는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상자를 엽니다. 온갖 욕심과 질투, 시기, 각종 질병 등이 순식간에 상자를 뛰쳐 나와 세상에 퍼집니다. 급히 닫은 상자 안에는 ‘희망’만이 남습니다.
영어 속담에는 ‘호기심은 고양이를 죽인다’는 문구도 있습니다. ‘뭔가에 지나친 호기심을 가지다 위험을 겪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호기심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마약 확산’ 때문입니다. 심상 찮습니다.
심상찮은 마약확산
대검찰청이 7월 내놓은 '2022년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1만8395명으로 2018년(1만2163명) 대비 45.8% 늘었습니다. 5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증가한 셈입니다.
주목할 부분은 30대 이하 마약사범입니다. 30대 이하 마약범은 5257명(2018년)에서 1만988명(2022년)으로 109% 급증했습니다. 배 이상 늘어난 겁니다.
우려스러운 대목은 청소년 마약범의 증가 속도가 가파르다는 겁니다. 10대 이하 마약사범은 481명으로 2018년(143명)에 비해 5년간 236.3% 늘었습니다. 올해는 더합니다.
대검찰청의 2023년 8월 마약류 월간동향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단속된 국내 마약사범은 1만8187명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1만2230명) 대비 48.7% 증가했습니다. 이미 올해 8월까지만 해도 지난해 전체 단속인원(1만8395명)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이 추세라면 올해 마약범은 3만명을 넘길 것으로 보입니다.
때려잡는 정책보다 희망이 우선
윤석열정부는 출범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습니다. 올해 4월에는 대규모 마약범죄특별수사본부를 편성했고, 6월에는 확대·개편했습니다.
문제는 마약 가격이 떨어진데다 요즘에는 해외직구 등을 통해 은밀하지만 쉽게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다는 점이 함정입니다. 마약의 대명사 가운데 하나인 필로폰의 국내 가격은 소매가 기준 1g당 60만원 전후로 2010년대 100만원에서 40% 하락한 수준이라고 합니다.
이럴 경우 ‘마약과의 전쟁’이 아니라 ‘마약과의 아마겟돈’을 선포해도 정부가 마약 확산을 저지하기에는 한계가 있을 법 합니다.
왜 청소년을 비롯한 사람들이 마약에 쉽게 접할까요. 입시에 취업에, 여러 스트레스가 가득한 삶이 팍팍해서 그러지 않을까요. 고통 가득한 세상을 벗어나기 위한 탈출구가 잘못된 호기심과 만나 인생을 망치는 것이 아닐까요.
‘때려잡는 것’에만 치중한 ‘마약과의 전쟁’이 아니라, 수렁에 빠진 호기심을 긍정적인 에너지로 전환시킬 판도라가 급히 닫은 상자 속의 ‘희망찬 정책’이 요즘 시대에 더 필요한 것이 아닐 지 모르겠습니다.
오승주 사회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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