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투자…쏠림 경계·소규모 신생 지원도 고심해야
기업부담 R&D 완화…시장성과 극대화에 방점
"대형 중심, 대규모 기업 편중은 경계해야"
소규모 신생 R&D 지원 방향도 고민해야
"소규모 사업 묶어서 관리…큰 틀서 '통합'"
2024-01-19 06:00:00 2024-01-19 09:34:45
 
 
[뉴스토마토 김소희·조용훈·김유진 기자] 관행처럼 받아가던 보조금 성격의 연구개발(R&D) 지원보단 차세대, 고난도, 대형화 중심의 재편에 대해 긍정적 반응이 나옵니다.
 
그러나 R&D 사업이 대형과제 중심 체계로만 재편될 경우 자칫 신생·중소 역량들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는 만큼, 쏠림 현상에 대한 경계감도 요구되고 있습니다.
 
18일 정부가 밝힌 '산업·에너지 R&D 투자전략과 제도혁신'을 보면 지난해 280개 R&D 총사업 수는 230개로 줄이되, 50여개에 불과한 100억원 이상의 대형과제 수를 3배가량 늘리는 안입니다. 고위험 차세대 기술, 시장 성과 극대화, 수요자 중심, 사람 키우는 R&D 등 4대 혁신방안이 주된 골자입니다.
 
18일 산업부는 '산업·에너지 R&D 투자전략과 제도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첨단분석장비전 모습. (사진=뉴시스)
 
"좀비기업 문제 해소 가능"
 
관행적·보조금 성격의 R&D 지원에 제동을 건 배경에는 나눠주기·소액지원으로 전략적 투자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수월성 중심이 아닌 보조금 성격이 강한데다, 쉬운 R&D 과제에 대한 지적도 많았습니다.
 
요소기술 중심의 소규모 사업으로 성과창출에 한계가 있고 높은 기업부담에 따른 참여 유인 부족도 지적돼 왔습니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대 교수는 "유행에 따라 R&D 보조금이 지급되는 경우가 있다"며 "예를 들어 기후위기 등이 대두될 때에는 재생에너지 관련 R&D를 하면 비교적 쉽게 보조금을 받을 수 있기도 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러면서 "사실 이렇게 되니 시장에선 경제성 없는 R&D가 지속 나오게 되는 것"이라며 "보조금 지급 R&D로 인해, 보조금으로 기업을 유지하는 '좀비기업'들이 많이 만들어졌다"고 말했습니다. 
 
 
18일 산업부는 '산업·에너지 R&D 투자전략과 제도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사진은 정부 관계자가 반도체 실험실을 방문한 모습. (사진=뉴시스)
 
"쏠림·편중 경계해야"
 
R&D 사업체계는 시장성과 극대화를 위해 대형과제 중심으로 개편합니다. 100억원 이상 과제수를 2023년 57개에서 올해 160개까지 확대할 계획입니다. 
 
소규모 사업은 통합해 관리합니다. 2023년 280개였던 사업수를 통합·재기획해 2025년까지 200개 미만으로 낮출 예정입니다. 
 
대형 통합형 과제를 확대하고 대형 계속사업 위주로 재편하겠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자칫 대기업이나 소위 잘나가는 곳에만 쏠리는 현상은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형과제 중심이란 말을 들었을 땐, 대기업 일부에게 몰아준다는 식으로도 들린다"며 "대형 R&D면 아무래도 대규모 기업, 대규모 연구기관이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병태 교수는 "대형과제 중심으로 사업이 진행된다고 하면 대기업으로 쏠릴 가능성이 커진다"며 "중소기업, 규모가 비교적 작은 대학, 중소연구기관 등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하기 어렵다"고 꼬집었습니다. 
 
소규모 신생 R&D 지원 필요성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R&D는 크게 직접적 자금지원, 조세혜택 2가지로 나뉜다. 대기업에는 조세 혜택을 많이 주는 방향이 바람직하다"며 "반면, 규모가 작은 신생 기업에는 자금지원이 좋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는 새로운 신생, 규모가 작더라고 새로운 기술의 발전가능성이 있는 기업을 키우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사업 수를 줄이고 집중하는 것에 의미를 두지 말고 미래 성장 가능성 여부에 따라 규모 관계없이 사업에 관계없이 지원해주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정세은 교수는 "R&D는 개발 R&D도 있지만 기초·응용 R&D도 있다"며 "당장 사업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의 R&D는 한국 산업의 장기적인 기술 역량을 키우는데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한국 대기업들은 충분한 자체 R&D 역량을 가지고 있다"며 "어려운 건 중소기업, 중소연구기관 등 자체 R&D 역량이 없는 곳들이다. 이런 곳들을 지원해주는 게 R&D 정책의 궁극적인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정부 관계자는 "소규모 사업들을 묶어 관리하는 개념이라 이해하면 된다"며 "큰 틀에서 통합해 추진한다는 것이며 소규모 사업들이 없어진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세종=김소희·조용훈·김유진 기자 shk3296@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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