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한솔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의료 현장을 떠난 가운데 집단사직이 의대 교수들에게까지 번지고 있습니다. 서울의대와 울산의대 교수들은 이미 사직서 제출을 결의했고, 경상국립대 의대 등이 동참하면서 의료계와 정부의 대치가 파국으로 치닫은 형국입니다.
빅5병원, 사직 논의 속도
15일 정부와 의료계 등에 따르면 19개 의대 교수협의회는 지난 12일 '전국 의대 교수 비대위'를 구성하고 각 의대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이화여대와 건양대 등이 합류하며 24개 대학으로 늘어났습니다.
의대 교수들은 환자를 지켜야 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제자들의 보호에 앞장서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빅5' 병원 중 서울의대와 울산의대, 가톨릭의대 교수들은 이미 사직 결의로 뜻을 모았습니다. 아직 사직서를 제출하진 않았지만 전공의들이나 의대생들이 면허정지나 유급 등의 피해를 입을 경우 즉각 행동에 옮길 것으로 보입니다.
15일 오후 서울 시내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지난 14일 오후 온라인 회의를 열고 집단행동 등을 논의한 결과 자발적 사직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뜻을 모았습니다.
빅5병원 중 세브란스병원과 삼성서울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연세대와 성균관대 의대 교수들도 논의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연세의대 비대위는 18일 회의를 통해 대응 방안을 결정할 예정입니다.
빅5 병원의 사직 결의에 따라 전국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이 임박했습니다.
전국 의대 교수도 사직 동참
경상국립대 의대 교수회는 "정부가 2000명 증원을 고집하고 대화와 타협의 장에 나서지 않는다면 경상국립대 의대·병원 교수들은 전공의, 수련의와 함께 사직에 동참할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습니다. 전체 교수 260여명 가운데 217명이 비상대책회의에 참석했고, 이 중 89%인 193명이 사직서 제출에 찬성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제주의대 교수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시국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교수들은 "정부의 일방적인 의과대학 2000명 증원에 분노한다"면서 "일방적 정책 진행을 중단하고 조속히 적정한 증원 인원에 대해 의료계와 재논의 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충북대의대와 충북대병원 교수들도 의견 수렴을 거쳐 사직 여부를 표결에 부칩니다.
의대교수 협의회와 별개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에도 지난 14일 긴급 총회를 열고 단체행동 돌입 등을 논의했습니다. 두 시간 가량 이어진 회의에서는 의대의 상황과 사직 결의 현황 등을 집중 공유했지만 협회 차원의 집단사직보다는 교수들의 자발적 사직에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교수들의 사직서가 제출되면 최종 수리까지 3~4주 정도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3~4주 내 정부와 타협이 될 경우 의료공백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진전 없이 사직서가 수리될 경우 의료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15일 제주대학교 의과대학 교수협의회가 제주대병원 의과전문대학원 앞에서 시국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한솔 기자 hs696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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