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다양한 거버넌스 구조를 검토해 조화롭고 상호운용적인 방안을 찾아야 하며, 인류 전체가 AI(인공지능)를 잘 활용하고 이를 통해 함께 번영을 누릴 방안을 마련해야 합니다.”
고학수 개인정보보호위원장은 23일 서울 중구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AI와 데이터 거버넌스 국제 컨퍼런스’에서 “개별 국가마다 AI를 안전하게 활용하고 관리하기 위한 제도와 정책을 만들고 있지만 파편화된 규범은 AI 기술을 통한 혁신 도모와 필요한 규율 체계를 마련하는 데 효과적이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같이 강조했습니다.
23일 오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열린 'AI와 데이터 거버넌스 국제 컨퍼런스'에서 고학수 개인정보위원장과 아만딥 싱 길 유엔 기술특사 등 참석자들이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배덕훈 기자)
고 위원장은 특히 AI 거버넌스 체계와 관련해 ‘상호운용성’이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그는 “상호운용성은 아직 초기 단계이기 때문에 각각 다른 접근법이 형성되고 있다”라며 “지난 1~2년을 되돌아봤을 때 AI에 대한 극단적인 낙관론과 비관론이 많았는데 이제는 그런 관점이 줄어들어 합리적인 논의가 가능한 공간이 확장되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AI 기술 개발의 집중화로 디지털 격차가 일어나고 있고 선진국 안에서도 격차가 존재한다”라며 “기술이 너무 역동적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향후 미지의 리스크에 대한 불확실성도 존재하는데 그런 만큼 계속 대화해서 상호운용성의 솔루션을 찾아야 하는 것이 시급하다”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와 각국 기관은 대화를 나누고 글로벌 표준과 상호운용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라고 역설했습니다.
고 위원장은 글로벌 대화를 나눌 소재의 예로 ‘AI 학습 데이터’를 언급했는데요. 그는 “AI 모델을 구축할 때 가장 중요한 데이터 소스 중 하나가 인터넷 데이터인데 이를 크롤링(웹페이지에서 데이터를 추출해 내는 행위) 하는 것이 올바른가에 대한 논쟁이 있다”라며 “한국도 개인정보보호법에 ‘정당한 이익’이라는 유사 조항이 있는데 이 조항의 해석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조만간 ‘정당한 이익’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대한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고 위원장은 또 ‘데이터’의 중요성도 강조했는데요. AI 접근성과 관련해 북반구와 남반구의 격차가 큰 상황에서 남반구의 전반적인 문제는 결국 ‘양질의 데이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반구의 경우 AI 학습을 위한 가용 데이터의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그러면서 “전반적으로 글로벌 AI 발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주의를 기울이고 토의를 해 나가야 한다”라고 짚었습니다.
이날 컨퍼런스에 참석한 아만딥 싱 길 유엔 기술특사도 ‘데이터 거버넌스’의 중요성을 설파했습니다. 길 특사는 “AI 시스템은 데이터와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어 악용될 수도 있고 소외시킬 수도 있는 요소도 존재한다”라며 “그렇지만 우리가 제대로 데이터 거버넌스를 정립한다면 혁신을 더 도모할 수 있고 AI를 더 바르게 사용할 수 있다”라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길 특사는 유엔(UN)의 고위급 자문기구(AIAB)에서 논의되는 내용을 소개하며 “각 지역의 특이성을 보호하면서 범용적인 데이터 거버넌스를 수립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라며 “AI 거버넌스의 주역들이 정기 회동해서 경험을 공유하고 공통된 이해를 바탕으로 AI 거버넌스 상호운용성을 만들어 나가야지만 발생하는 격차를 좁힐 수 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이날 컨퍼런스는 개인정보위가 UN AI 고위급 자문기구와 협력해 마련된 자리입니다. UN AI 자문위원들과 국제기구 및 국내외 AI 관련 전문가, 산·학·연 관계자 등 300여명이 참석해 논의를 진행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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