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미국 대선 이후 거세질 대외 여건이 우려되는 데다, 유럽연합(EU) 불소화온실가스 등 4000건을 돌파한 무역기술장벽(TBT) 규제까지 무역 전선의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고 있는 양상입니다.
특히 미국 시장의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는 자동차 산업의 경우 트럼프 재집권 시 '관세 전쟁'에 휩쓸릴 가능성이 높은 만큼, 다변화 전략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기업 혁신의 '질'과 혁신 잠재력을 갖춘 신생기업의 진입까지 줄어든 만큼, 기초연구 강화 등 생산성 개선의 해법 마련은 절박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대중 넘은 대미수출…의존형 마찬가지
10일 정부와 통계청 등의 데이터를 종합하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대미국 수출은 533억달러로 대중국 수출(526억9000만달러)보다 6억1000만달러 증가했습니다. 대미 수출 규모가 대중 수출을 웃돈 수치입니다.
4년 전 1629억1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를 기록한 대중 수출은 2022년 1557억9000만달러, 지난해 1248억1000만달러 등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대미 수출에서 사상 최대를 기록한 품목은 자동차·이차전지 등으로 5.4% 급증세입니다.
하지만 중국시장에서 미국시장으로 옮겨갔을 뿐, 의존형 수출 구조라는 점은 매한가지입니다. 지난해 우리 자동차산업 수출에서 미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42.9%로 절대적 우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산업연구원의 '미국 대선에 따른 한국 자동차산업의 영향' 보고서에서도 미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졌다는 점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전기차의 미국 비중은 35.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미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우리 자동차산업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재집권이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밝혔다. (그래픽=뉴스토마토)
트럼프 '리스크'…하이브리드 '돌파구'
문제는 미국 자동차 시장에 대한 우리 자동차산업의 의존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트럼프 재집권이 부정적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미국의 대한국 무역적자를 이유로 한국산 차량에 추가 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김경유 산업연구원 시스템산업실 선임연구위원은 "환경정책의 후퇴로 전기차 수출이 위축되겠지만 하이브리드 자동차 등에도 우리가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수출이나 미국 내 판매에는 비교적 영향이 적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미국 수입 시장에서 수출 및 현지생산을 적정 수준으로 조절하는 전략이 필요하다"며 "전기차 외에 하이브리드차, 수소전지차, 이퓨얼(E-Fuel) 등 다양한 탄소중립 기술경쟁력 확보를 통해 규제, 시장, 공급망 등의 요인에 따라 변화되는 주도 기술 변화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그는 "자동차산업, 특히 전기차 공급망에 있어 중국을 배제하는 상황으로 우리나라 및 기업 중심의 새로운 공급망 구축을 적극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5월21일 인천 연수구 인천신항 컨테이너 터미널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기술 변화 대응 '절실'…무역장벽 '쑥쑥'
최근 세계 각국의 기술규제가 증가하면서 우리 기업의 수출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도 고민거리입니다.
국가기술표준원의 집계를 보면 지난해 92개국에서 4079건의 TBT가 통보됐습니다. 연도별 건수를 보면 2005년 897건에 불과하던 건수는 2010년 1869건, 2022년 3896건, 지난해 사상 최초인 4000건대를 돌파한 겁니다.
정부도 지난 4일부터 7일까지 열린 제2차 세계무역기구 무역기술장벽(WTO TBT) 위원회에 참석, 국제 기준을 넘어선 해외 기술규제과 관련해 이의를 제시한 상황입니다.
경민수 국표원 무역기술장벽협상과장은 "우리 가전, 자동차 업계가 우려를 제기하고 있는 유럽연합 불소화온실가스(F-GAS·오존층 파괴 물질 대체재로 에어컨 냉매 등에 사용) 규제를 비롯해 인도 디지털 텔레비전 인증 규제, 중국 화장품 감독 규제 등 우리 주요 수출품과 관련한 7건의 해외 기술규제를 특정무역현안(STCs)으로 제기했다"고 말했습니다.
10일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출산율의 극적 반등, 생산성의 큰 폭 개선 등 획기적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 경제는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처=한국은행)
'양'만 늘고 '질' 저하…생산성 성장↓
혁신기업의 생산성 성장세가 크게 둔화한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은 생산성 성장세가 약해진 것을 놓고 대기업을 중심으로 혁신 실적의 '양'만 늘고 '질'이 낮아진 점을 지목합니다.
종업원 수 상위 5%의 대기업이 전체 연구개발(R&D) 지출 증가를 주도, 특허출원 건수를 크게 늘렸으나 생산성 직결의 특허 피인용 건수(질적 혁신의 중요도)는 2000년대 중반 낮아진 이후 개선되지 못한 영향으로 분석했습니다.
미국에 출원한 특허건수 중 대기업이 기여한 비중은 약 95% 정도에 달하지만, 특허피인용건수를 보면 대기업은 중소기업과 크게 차이가 없다는 진단입니다.
업력이 짧은 하위 20% 중소기업의 경우 혁신자금 조달이 어렵고 혁신 잠재력을 갖춘 신생기업의 진입도 감소하면서 2010년대 이전 가팔랐던 생산성 증가세가 둔화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동원 한은 미시제도연구실 실장은 "출산율의 극적 반등, 생산성의 큰 폭 개선 등 획기적 변화가 없을 경우 우리 경제는 2040년대 마이너스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초저출산·초고령화로 인한 성장잠재력 약화에 대응하기 위해 과학, 기술, 지식 등을 활용해 경제 전반의 혁신을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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