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25만원법도 거부권 임박…끝없는 '입법권 무력화'
속전속결 '거부권'…오는 28일 본회의 '전운'
2024-08-13 17:24:51 2024-08-13 18:38:27
[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21번째 거부권(재의요구권)이 코앞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전 국민 25만원 지원법'(2024년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위한 특별조치법)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까지 국회로 돌려보낼 기세인데요. 남은 임기도 '입법 강행→거부권→재표결→폐기' 등 무한 도돌이표 수순입니다. 일방통행 국정운영으로 국회 입법권은 힘을 잃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노경필, 박영재, 이숙연 대법관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환담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재가'만 남은 재의요구안
 
정부는 1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고, 25만원 지원법과 노란봉투법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의결했습니다. 한 총리는 "거대 야당의 일방적인 법안 처리가 계속되고 있다"며 "막대한 국가 재정이 소요되고, 우리 경제에 상당한 부담을 지우는 법안을 충분한 협의 없이 처리한 것에 대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습니다.
 
25만원 지원법은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의 총선 공약으로, 모든 국민에게 지역사랑상품권을 지급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금액은 지급 대상에 따라 25∼35만원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는데요. 이에 대해 한 총리는 "예산 편성·집행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이라며 "헌법의 토대인 삼권분립의 원칙을 무너뜨릴 소지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지원금 지급에 필요한 13조원 이상의 재원을 조달하려면 대규모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며 "재정건전성을 저해하고 오히려 물가·금리를 상승시켜 민생 어려움을 가중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의 경우엔 하도급 노동자에 대한 원청 책임을 강화하고, 쟁의행위 범위를 확대하는 동시에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도록 하는 게 골자입니다. 한 총리는 노란봉투법에 대해선 "이미 지난 21대 국회에서 최종적으로 부결·폐기된 법안"이라고 했습니다.
 
이어 "근로자가 아닌 자도 노동조합법의 특별한 보호를 받도록 해 노조의 본질을 훼손할 우려가 크고, 손해배상 제한 범위가 확대돼 불법파업 피해가 사용자·국민에게 고스란히 전가될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직후인 지난 12일 '방송 4법'(방송통신위원회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당시에도 대통령실은 '야당의 강행 처리'와 '21대 국회에서 부결·폐기된 법안'이라는 점을 문제 삼았습니다.
 
용산발 '정쟁 도돌이표'
 
두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 시한은 오는 20일로, 윤 대통령은 조만간 재의요구안을 재가할 걸로 보입니다. 두 법안을 포함하면 윤 대통령은 취임 후 21건의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는데요. 이승만 전 대통령(45회)을 제외하면, 역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횟수를 모두 합쳐도 21건에 불과합니다.
 
윤 대통령 스스로 '협치의 문'을 닫았다는 비판은 불가피합니다. 민주당은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가 열리면 방송 4법 등 국회로 되돌아온 법안을 재의결에 부치겠다고 벼르고 있는데요. 그러나 현실적으로 통과는 어렵습니다. 법안 폐기 이후 '민주당 재발의→야당 단독 처리'가 이어질 경우 여야 관계는 다시 경색될 수밖에 없습니다.
 
더 큰 문제는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여기에서 그치지 않을 거란 사실입니다. 민주당은 지난 21대 국회 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던 다른 법안도 당론으로 채택했기 때문입니다. 양곡관리법, 한우산업지원법, 농산물가격안정법 등입니다.
 
민주당은 14일 '방송 장악 2차 청문회'를 시작으로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과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입니다.
 
강유정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정책조정회의에서 여야정 협의체와 관련해 "대통령이 해결해야 하는 지점에 여야에 협조를 구하는 게 출발점인데, 오히려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여야의 협의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대통령이 먼저 변화를 보여줘야 여야정 협의체도 가능하다"고 짚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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