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의료공백 장기화와 응급실 운영 차질에 대한 우려가 계속되고 있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불통'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의정갈등 중재를 위해 '유예안'을 제시했음에도 정부가 '수용 불가'를 앞세운 만큼 돌이키기 어려운 상황인데요. 불통의 여파로 지지율이 급락하고 있음에도 윤 대통령의 '마이웨이 국정운영'이 계속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4일 경기도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를 찾아 현장 점검 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대정원 '고집'…땜빵 정책만
5일 대통령실은 전국 17개 광역시·도 권역응급의료현장에 대통령실 1급 비서관들을 한 명씩 보내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지난 4일 오후 심야응급실을 방문한 후속 조치입니다.
대통령실 소속 비서관들을 응급의료 현장에 파견해 대통령실과 응급실 사이의 핫라인을 구축한다는 건데요.
보건복지부가 응급실에 군의관과 공중보건의사(공보의)를 배치한 것의 연장선으로 해석됩니다. 문제는 현 상황의 근본 원인이 된 정부의 정책 수정 없이 '땜빵 정책'만 내놓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한 대표가 제안한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안'에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수용 불가 방침을 밝힌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물러설 공간도 없는 셈입니다.
최근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대가 붕괴됐습니다. 지난 2일 공표된 <에너지경제·리얼미터> 여론조사(8월 26일~30일 조사·신뢰수준 95%·표본오차 ±2.0%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결과 윤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29.6%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지난 2022년 8월 넷째 주 29.3% 이후 최저치입니다.
장기화하는 의정갈등에 더해 한 대표와의 갈등이 고스란히 표출된 영향으로 해석되는데요. 현 상황에 대한 국민 여론이 좋지 못함에도 '마이웨이'로 나서는 모양새입니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불통은 인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으로 불붙은 '뉴라이트' 논란은 물론, 일제 시대 때 우리 국적이 일본이라는 김문수 노동부 장관 임명까지 강행했는데요.
채상병 순직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핵심인 김용현 국방부 장관 후보자 임명도 예고됩니다. 여기에 차별금지법이 공산혁명에 이용될 수 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안창호 국가인권위원장 후보자도 조만간 임명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 대통령 취임 이후 국회 임명 동의 없이 임명을 강행한 사례가 현재까지 총 27차례인데, 두 후보를 임명하면 29차례가 됩니다. 문재인정부 임기 내내 임명강행이 총 34차례였는데, 윤석열정부 임기 2년 반 만에 이에 근접한 겁니다.
순방 예산, 긴축재정서 '예외'
예산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정부는 2025년도 예산안으로 677조 4000억원 규모의 초긴축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내년도 대통령 및 국무총리 외교 관련 예산은 8.8%가 늘어났습니다. 외교부 내년도 예산안이 올해 예산보다 1289억원(3.1%) 증액된 것과 비교하더라도 높은 수치입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정상외교 수요가 늘고 있는 데 반해 국제 물가 상승률 대비 예산이 그만큼 증액되지 못했다"고 설명하는데요. 정부 예산안이 물가 상승률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걸 고려할 때 대통령 순방 예산만 증액된 모양새입니다.
윤 대통령이 퇴임 후 거주할 사저 경호시설 신축 비용도 크게 늘었습니다. 3년 동안 약 140억 원의 사업비를 책정했는데, 전임 대통령들과 비교하면 약 2배 이상 늘었습니다. 다만 대통령실 경호처는 확정된 금액이 아니라 추산 금액일 뿐이라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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