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 없다" 신한·하나은행장도 연임 안갯속
'연임 유력' 예상 뒤집고 깜짝 인사 가능성
2024-12-03 06:00:00 2024-12-03 06:00:00
 
[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국내 주요 은행의 수장들의 거취가 안갯속입니다. 연임이 유력시됐던 은행장도 교체되는 등 호실적과 무관하게 깜짝 인사가 발표되고 있는데요.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수장이 연임에 실패한 가운데 상대적으로 이슈가 덜 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도 미래를 알 수 없게 됐습니다. 
  
경영실적 불문 '쇄신' 분위기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대 은행 가운데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의 차기 은행장 인선이 마무리된 가운데 하나은행과 신한은행, NH농협은행 등 아직 은행장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곳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나머지 은행 3곳은 이달 중순 쯤 최종 은행장 후보자를 발표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내부통제 금융사고가 잇따라 터진 NH농협은행의 이석용 은행장의 연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농협은행은 올해에만 6차례 대형 금융사고가 발생했고 지난달 국정감사를 앞두고도 140억원대 금융사고가 일어난 바 있습니다.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방안' 발표를 통해 중대사고로 물의를 빚은 계열사 대표에 대한 연임 제한을 시사한 바 있습니다. 이런 방침대로라면 이 행장의 연임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내부통제 사고 이슈가 덜한 곳이지만 연임 여부를 예측하기 어려운 분위기 입니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지난해 취임한 첫 해에 최대 순이익인 3조4766원을 기록했고 올 3분기에는 분기 기준 첫 1조원 달성에 성공했습니다. 최근 2년간 횡령과 배임, 부정 대출 등 대규모 금융사고가 발생하지 않아 내부통제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서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이 연임 도전을 앞둔 상황에서 하나은행 수장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함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입니다.
 
정상혁 신한은행장의 경우에도 호실적 등 경영 성과 면에서 연임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은행 기준으로 지난 3분기까지 실적을 보면 '리딩뱅크' 입지를 탈환했습니다. 신한은행의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4% 늘어난 3조1028억원입니다.
 
내부적으로도 정 은행장에 대한 평가가 긍정적인 분위기입니다. 한용구 전 신한은행장이 건강상 문제로 물러나며 갑작스럽게 행장에 올랐지만 리더십을 바탕으로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입니다. 다만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깜짝 발표되는 은행장 후보들을 보면 인사는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왼쪽부터 이재근 KB국민은행장·정상혁 신한은행장·이승열 하나은행장·조병규 우리은행장·이석용 NH농협은행장. 이재근 행장과 조병규 행장이 연임에 실패한 가운데 나머지 은행장의 거취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사진=각 은행)
 
비은행 CEO 택한 국민은행
 
은행권은 최근 금융당국이 마련한 '은행지주·은행의 지배 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에 따라서 은행권이 차기 은행장 후보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이 5대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빨리 차기 은행장 후보를 발표했습니다.
 
무난히 연임을 할 것이라고 예상됐던 이재근 행장이 아니라 이환주 KB라이프생명보험 대표이사가 추천됐습니다. KB금융 대표이사추천위원회는 "내실있는 성장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자본·비용효율성 중심의 체질개선을 통해 일관된 기업 및 주주가치 제고를 견인할 수 있는 이환주 후보를 최종 후보로 추천했다"고 설명했습니다.
 
KB금융의 비은행 계열사 CEO가 은행장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첫 사례입니다. 금융권에서는 안정보다 변화를 선택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후보가 비은행 부문을 두루 거쳐온 만큼 은행과의 시너지가 극대화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업계에서는 "예상 밖의 깜짝 인사"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최근 자회사대표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개최하고 차기 우리은행장 후보로 정진완 현 중소기업그룹 부행장을 추천했습니다. 앞서 조병규 행장은 조직 쇄신을 위해 연임을 하지 않겠다고 이사회에 밝힌 바 있습니다.
 
우리금융지주(316140) 자추위는 "최근 불거진 내부통제 이슈 등을 감안해 '조직 쇄신'과 '세대 교체'에 주안점을 두고 은행장 선임 절차를 진행해 왔다"며 "정 후보는 기업문화 혁신 등 조직 쇄신과 기업금융 중심 영업전략을 추진할 수 있는 최고의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말했습니다.
 
정 후보는 2일 내부통제 제고 방안을 묻는 질문에 "이론적으로는 우리은행의 내부통제가 우수하지만 사람이 하는 일이라 내부통제 업무 관련 과부하 걸리는 시간을 덜어내야 한다"며 "(현장의) 물리적인 요소와 내부통제 이론을 맞췄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현재 압축 후보군을 추리고 있는 중이고 최종 후보 발표 시점을 확정한 상황은 아니지만 과거 사례를 봤을 때 12월 중순 쯤으로 예상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최근 깜짝 발표되는 은행장 후보들을 보면, 인사라고 하는 게 뚜껑을 열어보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을 앞두고 은행권이 차기 은행장 후보를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기 앞으로 시민들이 지나가고 있는 모습 (사진= 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