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헌정 사상 두번째로 현직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가운데, 계엄령 해제부터 탄핵안 가결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차분하게 이끈 우원식 국회의장의 리더십이 돋보인다는 평가가 뒤따릅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이 가결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탄핵소추의결서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국회사진기자단)
우 의장은 14일 열린 본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된 후 "비상계엄이 선포된 그 순간부터 오늘 이 시간까지 국민 여러분께서 보여준 민주주의에 대한 간절함, 용기와 헌신이 이 결정을 이끌었다"고 탄핵안 가결의 의미를 전했습니다.
이어 그는 "민주주의는 국민의 삶으로 증명된다"며 "국민의 생업과 일상이 빠르게 안정되고 경제, 외교, 국방 등 모든 면에서 대내외적 불안과 우려가 커지지 않도록 국회와 정부가 합심하고 협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8년 만의 대통령 탄핵으로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는 상황에서 국회의장으로서의 무게감을 보여준 것인데요.
우 의장의 리더십은 지난 3일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이 선포된 순간부터 빛이 났습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우 의장은 경찰과 계엄군이 봉쇄한 국회 담벼락을 넘어 본관으로 진입했습니다.
계엄군이 본회의장으로 들이닥칠 수 있는 급박한 상황에서도 비상계엄 해제요구안 의결 과정도 절차대로 진행했습니다. 당장 표결에 나서자는 일부 의원들의 요구가 있었지만, 위법적이고 위헌적인 계엄을 정해진 절차대로 해제해야 한다는 우 의장의 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 의장은 국회의 계엄해제 요구 결의안 가결 뒤에도 4일 새벽 2시16분 국방부에 접수됐는지를 확인하고, 오전 5시50분께 한덕수 국무총리와 직접 통화해 대통령이 해제 선포를 했다는 사실을 확인한 후 5시54분쯤 정회를 선포하는 등 차분하고 치밀하게 대응했습니다.
지난 7일 탄핵소추안 첫 표결 당시에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단체로 표결에 불참하자 3시간 정도 마음을 돌릴 말미를 주며 끝까지 투표 참여를 촉구했습니다. 당시 우 의장은 "혼신의 힘을 다해서 국민의힘 국회의원 여러분께 호소한다"며 호소를 거듭했습니다. "나는 헌법을 준수한다"는 내용이 담긴 '국회의원 선서'를 주지시키며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한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국민과 한 약속을 돌아볼 것을 당부하기도 했죠.
탄핵소추안 부결 이후 정국이 극심한 혼란에 휩싸였을 때에는 전 세계 의회에 서한을 보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에 대한 변함없는 신뢰와 지지를 요청했습니다. 그는 서한에 "대한민국의 최근 상황에 대해 여러 우려가 있겠지만, 대한민국 국회는 민의를 대변하는 헌법기관으로서 국민의 강력한 지지 속에 현재의 혼란을 안정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지키기 위한 한국인의 노력은 결코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이같은 우 의장의 리더십은 대중들에게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진 모양새입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0~12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상대로 전화조사원 인터뷰 결과(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서 우 의장은 최근 정계 요직 인물 중 '신뢰한다'는 응답이 56%로 가장 높았습니다. 같은 조사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41%, 한덕수 국무총리가 21%,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5%로 뒤를 이었는데요.
특히 우 의장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신뢰한다'는 응답의 절반 수준인 26%에 그쳐, 신뢰하지 않는다는 답변(51%)이 신뢰한다를 상회했던 이재명 대표와 대조를 이뤘습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