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탄핵 가결로 경제계의 악재였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축소될 것이란 대외 평가가 잇따릅니다. 이런 국내외 반응을 종합하면 크게 경제외교 안정, 대외 신인도 제고, 금융시장 안정, 소비심리 회복 등이 예상됩니다. 과거 박근혜정부 탄핵 전후 상황이 그러해 이런 전망들을 뒷받침합니다.
추락하던 경제, 골든타임 잡았다
15일 여러 외신과 국내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한 코스닥 상장사의 자회사는 시장 자금을 조달하기 위한 투자설명서에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을 투자위험요인으로 적시했습니다. 자본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기업은 자본시장법상 금융위원회가 규정한 규정에 따라 투자위험을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알려야 합니다. 고지 대상은 국내 투자자는 물론이며 대외 투자자도 포함되기 때문에 투자위험요인으로 ‘계엄’, ‘탄핵’이란 단어가 포함된 자체가 이번 사태의 후폭풍을 시사합니다.
해당 투자설명서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국내 정치 리스크가 더해져 국내 경기 둔화와 중장기 경제성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고 공시했습니다. 그러면서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지난 9일 내놨던 ‘짧은 계엄령 사태의 여파’ 보고서를 인용했습니다. 보고서 역시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 정국 등 정치적 불안으로 인해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됐다고 분석했습니다.
하지만 탄핵 가결 후 골드만삭스는 “2004년과 2016년 두 차례의 탄핵 표결을 앞두고 한국 주식시장은 변동성이 커졌지만 가결 후 반등했다”며 “2004년에는 헌재에서 탄핵이 기각되면서 코스피는 초기 반등 후 20% 이상 하락한 반면, 2016년에는 탄핵 후 시장이 6개월간 20% 이상 상승했다”고 조명했습니다. 투자위험요인으로만 남게 될 뻔했던 탄핵 대치국면이 일단락 됨에 따라 새로운 기회요인이 언급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한화, SK매직, SK렌터카 등이 과거 박근혜정부 탄핵을 적시한 투자설명서에서도 탄핵 전 경제지표 하락과 이후 반등 전환이 부각됩니다. 이들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소비자심리지수가 기준치를 상회했으나 2016년 대통령 탄핵 등 일련의 국내 사건들로 인해 12월 기준 소비자심리지수는 94.3으로 하락했다. 그러다 대선 이후 기대감에 따라 2017년 말 소비자심리지수는 112.1까지 회복됐다”고 적시했습니다.
또 “2017년도는 국내 정치 불안정과 중국의 사드 보복성 관광제재, 트럼프 당선으로 인한 보호무역주의 관련 리스크로 소비심리가 약화됐다”고 적었는데 지금의 상황과 유사한 부분이 눈길을 끕니다. 그러면서 “탄핵심판청구 인용, 조기대선 등으로 국내외적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수출증가, 원화가치 하락, 국제유가 점진적 상승 예상 등 소비심리가 개선됐다”고 설명해 이번에도 비슷한 기저효과나 반등효과를 기대하게 만듭니다.
탄핵 가결 후 한 재계 대관업무 담당자는 “탄핵 불성립, 불가결로 여야 대치국면 등 정치적 혼란이 길어지면 환율과 증시 등 금융시장 불안과 대외 신인도 하락 등도 걱정 됐었다”며 “그런 정치적 불확실성이 일단은 축소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환호하는 국민들. 사진=연합뉴스
경제외교에도 폭탄을 지우다
트럼프 2기 정부 출범을 앞두고 미중갈등이 벌써부터 격화되는 등 지금 글로벌 공급망, 무역상황을 고려할 때 정치 혼란에 따른 악영향은 외교 공백이 컸습니다. 계엄령 선언에 '도박, 커다란 판단착오'라며 비판을 쏟아냈던 미국과의 관계가 특히 우려를 자아냈습니다. 또한 탄핵 전 대통령 대국민 담화에서 간첩을 운운해 중국을 자극했던 불똥도 튀었습니다. 이런 외교 불화는 탄핵 가결로 진정될 수 있습니다.
유럽연합(EU)은 우리 국회의 탄핵 가결에 주목해 “한국 헌법에 따라 현재의 정치적 위기를 신속하고 질서 있게 해결되도록 보장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한국은 유럽의 중요한 파트너”라고 우호적 성명을 냈습니다. 미국 주요 언론에서도 “정치 교착상황이 종료됐다”(LA타임스)며 “한국의 리더십 혼선 우려가 완화됐다”(블룸버그)는 등 탄핵 가결에 따른 긍정적 반응이 많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의 경우 “윤석열 대통령 탄핵의 법적 근거는 과거 박근혜와 비교해도 명확해 보인다”는 평가도 내놨습니다.
삼성, SK, 현대차, LG 등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주요 수출기업들은 반도체, 전기전자 분야 미국의 대중 수출통제 조치 강화에 따른 비상 현안을 해결해야 하며, 추후 트럼프 2기 정부발 미국을 비롯한 각국의 관세 인상과 보호무역주의, 미국 내 IRA와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의 이슈에도 잡혀 있습니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이번 탄핵 가결에 대해 “정치적 불확실성이 최소화되는 계기가 된다고 생각한다”며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와 교섭을 뒷받침할 수 있도록 여야정 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가동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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