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명정선기자]금융감독원은 금융계의 검찰로 불리며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지만 정작 검찰에는 힘 한번 못쓰고 굴욕을 당하고 있다. 역대 금융감독원 수장 7명 중 5명이 검찰에 소환되는 수모를 겪었다.
◇ 역대 금감원장 7명 중 5명 검찰에 소환
2일 검찰과 금융권에 따르면,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과 관련해 김종창 전 금감원장을 참고인 자격으로 곧 소환할 예정이다. 금감원은 "바로 직전 감독원 수장이 퇴임후 몇달만에 검찰에 소환당하는 것"이라며 패닉에 빠져있는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1999년 금융감독원 설립 이후 역사에 비춰보면 매우 이례적인(?)일도 아니다.
역대 금감원장 중 검찰에 소환되지 않은 경우보다 소환된 경우가 훨씬 많기때문이다. 검찰에 곧 소환될 김 전 원장을 포함하면 역대 7명의 금감원 수장 중 검찰에 불려간 사람은 5명이나 된다.
금융감독위원장이 금융감독원장을 겸임하던 시절 초대 이헌재 전 원장(1998.3~2000.1)은 2006년 9월 검찰에 참고인 자격으로 소환됐다. 외환은행 헐값 매각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참고인 자격으로 이 전 원장을 소환한 것.
외환은행을 론스타에 매각할 당시 이 전 원장은 론스타의 법률자문을 맡은 김앤장의 고문을 지낸 것으로 알려져 로비의혹을 받아왔다.4대 원장인 이정재 전 원장(2003.3~2004.8) 역시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과 관련해 검찰 조사를 받은 바 있다.
◇감독당국 수장은 언제나 '로비' 대상
이밖에도 금감원 수장들은 굵직한 금융 로비의혹의 중심에 있었다.
2000년1월부터 8월까지 금감위 위원장과 금감원장을 지낸 2대 이용근 전 원장(2000.1~2000.8)은 당시 퇴출위기를 겪었던 나라종금으로부터 수천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았고 결국 검찰에 구속되기도 했다. 이용근 전 원장은 이후 대북송금 의혹에도 연루돼 소환 조사를 받은 바 있다.
3대 이근영 전 원장(2000.8~2003.3)도 지난 2007년 김흥주 삼주산업(전 그레이스백화점) 회장 로비의혹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됐다. 그는 2001년 금감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김씨가 골드상호신용금고 인수전에 뛰어들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지난 3월 임기를 마친 김종창 전 원장도 부산저축은행 비리사건과 관련해 검찰에 소환되면서 결국 불명예스러운 명단에 합류하게 됐다.김 전 원장은 부산저축은행 검사 당시 은진수 감사위원으로부터 검사를 무마해달라는 청탁을 받은 혐의가 제기되고 있다.
검찰에 불려가지 않은 감독당국 수장은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금감위 위원장과 금감원을 지낸 5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과 6대 원장인 김용덕 전 원장 둘 뿐이다.
그러나 김용덕 전 원장의 임기는 2007년 8월 부터 2008년 3월까지 1년이 채 안된다. 또 윤 전 원장은 저축은행 부실과 관련해 검찰 소환대상은 아니지만 저축은행부실을 키운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되는 대출규제 완화정책을 내놓은 장본인으로 국회 국정조사를 비켜가긴 어려워 보인다.
이에 금융권관계자는 "감독당국은 막강한 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로비 유혹도 만만치 않은 곳이다 보니 정권이 바뀌거나 수장이 바뀔때마다 한번씩 홍역을 치르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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