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성수품 가격 내렸다지만 체감물가는 '요지부동'
2011-09-16 15:10:22 2011-09-16 18:26:35
[뉴스토마토 손지연기자] #"사과가격이 내렸다고 하는데 체감하지 못했다. 주로 제사상에 올리거나 선물용으로 좋은상품을 구입하다보니 비싸도 그려려니 했다." (장안동, 30대 주부)
 
#"마트에서 특별제수용으로 파는 물건 외에는 그다지 가격이 하락했다고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물가가 왜 이렇게 비싸나 한숨이 나왔다." (구로동, 50대 주부)
 
정부가 추석기간 중 주요 농축수산물을 집중 공급하면서 가격 안정에 전력투구했지만, 현장에서는 별다른 차이를 못느낀 것으로 나타났다.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추석기간 중 추석성수품을 집중 공급한 덕분에 배추, 사과 등이 8월 하순에 비해 가격안정세가 두드러졌다”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로 추석기간 장을 본 주부들은 물가가 피부에 와닿을 만큼 내려갔는지는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어서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이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다.
 
◇ 정부 "성수품 특별 출하로 가격 인하 성과"
 
농림수산식품부는 추석 전 2주 동안 15개 품목의 성수품을 특별 출하하기로 하고 ‘추석 성수품 공급대책 상황실’을 운영한 결과, 이들 제품의 소비자 가격이 8월 하순보다 평균 6% 낮아졌다고 밝혔다..
 
15개 성수품은 배추, 무, 사과, 배,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고등어, 명태, 오징어, 갈치, 조기, 밤, 대추 등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 가격은 지난달 29일 4098원에서 이달 9일 3485원으로 14.9% 하락했다.
 
이밖에도 명태(-27.5%), 무(-11.4%), 닭고기(-9.5%), 삼겹살(-9.3%), 갈치(-8%), 달걀(-4.3%), 물오징어(-1.9%) 등의 가격이 떨어졌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도 “지난달 22일과 이달 9일을 비교하면 배추가격은 10%, 무는 8%, 배는 21% 하락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전창곤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산물 가격의 특징은 공급측면에서 많은 요인이 발생한다는 것”이라며 “기상 여건 같이 산업적,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을 감안한다면 가격 상승폭이 오르는 것을 억제한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 '워낙에 高물가'..체감 인하효과 낮아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평가가 좋지 못한 것은, 이미 전반적인 물가가 많이 올라있던 상태이기 때문에 몇몇 품목에 한정된 가격하락을 실감하지 못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8월 물가상승률은 5.3%로 3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물가상승률은 상품과 서비스 489개 품목을 조사한다.
 
15개 품목을 특별공급한다고 해서 실구매자들이 가격하락을 크게 느낄 수 없는 이유다.
 
또, 15개 품목 중에서도 무, 홍로사과, 돼지고기, 닭고기, 달걀, 고등어, 물오징어 등은 지난해보다 가격이 대폭 올랐다.
 
오징어의 경우, 예년 가격이 1400~1600원대였던 데 비해, 올해는 3000원대를 형성 중이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오징어는 난류성 어종인데 예년보다 연근해수 온도가 낮았다”며 어획량이 줄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무 역시 평년에 1800원대였던 것이 올해는 3000원대로 두 배 가까이 가격이 뛰었다.
 
달걀 역시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에 공급량이 줄어 평년에 1500원대에서 올해 2000원을 넘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기상여건이나 질병 등 불가피한 상황에 대한 고려보다는 현재 지갑사정이 우선순위이기 때문에 최근의 물가 상승이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득연 한국소비자원 실장은 “정책적 조치에도 불구하고 가격인하 효과를 느끼지 못하는 데에는 유통구조를 비롯한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추석 이후 가격 오름세 재현
 
한편 추석 연휴가 끝나고 여러 품목들의 가격이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다.
 
배추의 경우, 지난 9일 3485원에서 ▲ 14일 3757원 ▲ 15일 3698원 ▲ 16일 3643원으로 추석 이후 가격이 다시 소폭 상승했다. 무와 돼지고기, 달걀, 고등어, 갈치, 명태 등도 9일보다 가격이 올라갔다.
 
농수산물유통공사 관계자는 “배추, 무 등 신선채소 계통은 저장성이 낮고, 추석기간 재고 소진으로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재정부는 16일 “소금, 고추 등 일부 품목의 경우 예년보다 높은 가격 수준을 보이고 있다”면서도 “상추 등 여타 농산물 가격은 양호한 기상여건과 추석수요 마무리 등으로 당분간 안정세가 지속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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