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의 신용이 보강되지 않는 불안한 상황에서는 선뜻 투자에 나서기 어려울 뿐 아니라, 매수한 채권을 되팔려 해도 중소기업의 부도위험이 높아 매입할 지도 의문이라는 지적이다.
◇ 5월 '제3채권시장' 문 연다
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투자협회는 오는 5월2일 적격기관투자자(QIB) 거래시스템을 열어 국내 중소ㆍ중견기업과 외국 공기업의 채권이나 주식 관련 사채가 거래되도록 할 계획이다.
이 시장에서는 국내기업 가운데 비상장 법인이면서 총자산이 5000억원 미만인 중소ㆍ중견기업만이 채권을 발행할 수 있다. 또 외국 정부기관이 발행하는 원화채권인 아리랑본드 거래도 이뤄질 전망이다.
그러나 중소기업들의 자금조달 환경 개선에 기여할 것이라는 금투협과 중소기업중앙회의 기대와는 달리 해당 시장에서 중소기업 채권을 직접 거래하는 QIB의 입장은 회의적이다.
◇ 투자기관 “中企 낮은 신용등급?높은 부도위험 문제”
일정 신용등급 이상의 회사채에만 투자를 하는 기관투자자들은 중소기업의 신용보강 없이는 투자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또 채권 매수가 이뤄지더라도 해당 채권을 되팔 경우 부도 위험이 높은 중소기업의 채권을 받아주는 곳이 없는 것이 없을 것이란 점도 문제점으로 지목됐다.
실제로 국민연금 관계자는 "국민연금은 규정상 신용등급이 BBB+이상인 회사채에만 투자를 한다"며 "제3채권시장의 최종안이 나오면 기금운용 규정과 절차 범위 안에서 검토할 수는 있겠지만 채권투자 전략에는 변화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국내 금융공기업, 시중은행, 농협중앙회 등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한 금융공기업 채권운용 담당자는 "제3채권시장에서 채권 발행을 원하는 중소기업들은 신고서도 안내고 주간사를 선정할 필요도 없다"며 "결국 QIB가 직접 해당 기업을 방문해 조사해 채권을 매입하라는 것인데 대다수 채권운용 담당자가 계약직인 상황에서 신용등급이 낮은 중소기업 채권에 대한 투자가 이뤄질지 의문"이라고 강조했다.
이창배 KB국민은행 상품채권팀 팀장도 "중소기업 자금난을 완화하려는 취지는 알겠지만 당장 실질적으로 거래가 이뤄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기관별로 신용등급 대비 투자 비율이 정해져 있어 새로운 기업을 투자종목군에 편입하면 여러 심사를 거치게 돼 당장 바뀌긴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중소기업들의 낮은 신용등급 문제가 가장 크다"며 "예전 하일드채권처럼 투신사에게 세제혜택을 줘 투자 메리트를 높일 수 있는 부수적인 부분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연희 농협중앙회 채권운용팀 차장은 "농협중앙회뿐 아니라 연금, 신협도 회사채 투자 대상의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됐는데 실질적으로 등급이 낮은 중소기업 채권에 기관투자자들이 투자하기엔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신용보강이 들어간 자산유동화증권(ABS), 부채담보부증권(CBO)에는 투자가 가능하지만 중소기업 회사채에 직접 투자하기에는 신용등급 문제로 힘들다"고 말했다.
◇ 증권?보험업계도 ‘부정적’
증권업계와 보험업계 역시 부정적이다.
한 대형 증권사 채권운용 담당자는 "최근 증권업계 포럼에서도 언급됐지만 제3채권시장의 최대 관심사는 유동성 문제"라며 “신용등급 규제가 없는 상황에서 대다수 중소기업 채권의 신용등급이 BB 이하로 나올텐데 채권을 되팔 때 받아주는 곳이 없어 시장 형성이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대형 생명보험사 채권운용 관계자도 "우리 회사뿐 아니라 생명보험사 대부분이 제3채권시장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며 "생명보험사는 국공채나 우량한 회사채에 장기로 투자하고 있어 신용 리스크가 있는 중소기업 채권에는 투자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금투협 역시 QIB의 부정적인 반응과 유인책 마련 요구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지만 제3채권시장 개설 초기에 바로 혜택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한구 금투협 대체거래시스템(ATS)지원팀장은 "지금 당장 QIB에 대한 큰 혜택은 없다"며 "재정건전성 문제로 세제혜택도 쉽지 않고, 신용보증은 할 수 있지만 누가 수수료를 받고 할 것인지도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초기에 기관투자자에게 투자하라고 하면 쉽지 않을 것"이라며 "중소기업의 자금 숨통을 트여주는 방향으로 시장을 키워가면서 보안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토마토 박승원 기자 magun122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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