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인표기자] 금융권의 탐욕 비판 분위기가 가라앉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은행들이 배당 규모를 놓고 고민 중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익을 거두면서 외국계 은행을 중심으로 내심 고배당을 염두에 두고 있지만, 금융당국이 순익의 최대 30%내 배당을 권고하면서 당국 안팎의 눈치를 보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일부 은행에서는 기본급의 최대 300%를 보너스를 지급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탐욕 금융에 대한 비난 여론도 다시 들끓을 조짐이다.
◇ 고배당..당국 눈치보는 은행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 20조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낼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의 충당금 추가 적립 요구를 수용하더라도 순이익은 15조원에 달한다.
은행들이 고배당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순익의 최대 30%내 배당을 권고하면서 금융지주사들의 고배당 행보에 '제동'이 걸린 상태다.
최근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작년도 배당액이 적었기 때문에 올해는 당국의 가이드 라인을 지키며 최대한 많이 하겠다"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30% 이상을 배당할 수 있지만 당국의 권고 때문에 눈 밖에 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챙겨주겠단 의지다.
이팔성 회장도 "이익이 많이 나더라도 자본 적정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고배당은 어렵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아직도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의 경우 모두 외국인 지분이 높다. 정부가 대주주인 우리금융을 제외한 나머지 지주사들의 외국인 지분율은 모두 60%가 넘는다. 금융지주사들이 고배당을 할 수록 해외로 빠져나가는 돈도 많아진다는 얘기다.
특히 외국인 주주가 절대 다수인 외국계 은행의 고배당은 항상 논란거리다. SC제일, 씨티, 외환은행의 재작년 배당성향은 55.98%로 국내 은행 25.18%의 두 배를 넘겼다. 이들 은행의 작년 배당 수준 역시 절반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외국계 은행의 배당이 높은 건 사실이고 국내 금융지주사들은 당국과 여론의 눈치를 보느라 고심 중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 예대마진으로 손쉽게 벌어 성과급 잔치
상당히 높은 수준의 성과급도 논란거리다.
이미 작년말 하나은행과 KB국민은행은 기본급의 100%~150%를 성과급으로 지급했고, 나머지 은행들도 이달 안에 기본급의 최대 300% 성과급을 지급할 예정이다.
주주 배당과 달리 성과급은 임직원들의 암묵적인 요구가 높다보니 쉽게 결정됐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지난 한해 은행들은 3%대 예대마진(대출이자와 예금이자의 차이)에 기대 높은 실적을 냈다. 전세값 상승에 생활고 때문에 대출 수요가 많아지면서 은행들은 말 그대로 앉아서 쉽게 돈을 벌었고 이 돈을 직원들의 성과급으로 지급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올해 경기가 불확실해 대손충당금을 높게 쌓아도 어차피 이 돈은 은행 내부에 쌓인다"며 "고배당과 높은 성과급 지급으로 벌어들인 돈을 쉽게 쓴다면, 금융권에 대한 탐욕 비판의 분위기는 더 거세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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