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19대 총선에서 127석을 획득한 민주통합당이 흔들리고 있다. 선대위를 해단한 12일에는 한명숙 대표의 사퇴론까지 확산되고 있는 실정이다.
불과 세달 전 국민참여경선의 히트 속에 새 지도부가 출발한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단독 과반도 가능하다는 전망은 공천 등에서의 잇따른 실책으로 수포가 되고 말았다.
서울 48석 중 30석을 얻는 등 수도권 선전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152석이라는 성적표가 직격탄이 됐다. 강원과 충청에서의 전멸, '낙동강벨트'를 구축한 PK의 완패가 뼈아팠다는 평가다.
선대위 해단식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한 대표는 13일 자신의 거취와 관련된 기자회견을 열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은 그가 사퇴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여의도 정가에서는 민주당이 이번 총선에서 패배할 경우 지난 1월 15일 전당대회를 통해 출범한 지도부를 갈아 엎고 새 판을 짤 것이라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공천을 둘러싼 진통과 막후 전략가인 이해찬 전 총리의 탈당론이 흘러나온 것도 이 즈음이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의 승리는 이미 물건너 갔다"는 자조섞인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한 것도 이 때다.
민주당은 한 대표가 사퇴할 경우 지도부 전체가 물러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편이다. 전대에서 2위를 차지한 문성근 최고위원은 부산 북강서을에서 고배를 마셨고, 3위 박영선 최고위원은 이미 자리를 내놨다.
4위를 기록한 박지원 최고위원은 12일 목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총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촉구하고 나섰다.
이는 당의 전면에 나선 친노 세력이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를 낸 것에 대한 구 민주계의 불만도 담겨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한 대표가 물러나면 민주당은 새누리당이 그랬듯 대선주자들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온다. 비대위에 버금가는 메스를 들이댈 것이라는 소리다.
이렇게 될 경우 정치 1번지 종로에서 6선 중진 홍사덕 의원을 침몰시킨 정세균 상임고문과, 별다른 직책을 맡지 않고 총선을 측면 지원한 손학규 상임고문 등의 발언권이 강해질 전망이다.
부산상륙작전이 실패했지만 민주당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문재인 상임고문 역시 역할론이 부각될 공산도 크다. 김두관 경남지사에게도 기회가 올 수 있다.
민주당 잠룡들이 총집결해 당을 추스린 후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나설 후보를 뽑는 경선을 통해 다시 한 번 바람몰이를 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행보도 중요한 변수다. 그가 대선행보를 재촉한다면 민주당 대선후보와의 단일화 혹은 대결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당을 둘러싼 지각변동을 앞두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민주당의 앞날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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