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대체한 GS..노량진 ‘컵밥’의 비애
2012-05-07 11:56:00 2012-05-07 11:56:43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노점상을 규제하자 대기업이 빈자리를 대체했다. 골목상권도 모자라 노점상마저 침해한 대기업의 ‘이익 지상주의’에 서민들은 갈 곳을 잃었다. 서울 노량진의 명물 ‘컵밥’ 얘기다.
 
수험생들로 북적거리는 노량진 일대에 ‘컵밥’을 모르는 이는 없다. 단돈 2000원에 각종 덮밥을 고를 수 있어 한 끼 식사용으로 안성맞춤이다.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의 부담을 덜뿐더러 빡빡한 학원 일정을 쫓는 시간도 절약할 수 있어 인기다.
 
그래선지 점심때만 되면 인근에는 컵밥을 사는 고시생들로 붐볐다. 이는 노점 상인들의 든든한 생계 벌이가 됐다. 적은 이윤이나마 남길 수 있어 감사함을 느낀다고들 했다. “내 자식 새끼를 보는 것 같아 되도록 컵(일회용기)에 (밥과 반찬을) 가득 담는다”는 한 상인의 마음씀도 함께 담겼다.
 
그런데 이 명물이 사라졌다. 손님들을 빼앗긴 인근 식당 주인들이 해당 구청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다. 지난 2월엔 구청장 면담까지 하며 압박 강도를 높였다. 동작구청은 지난달부터 일제히 컵밥 단속에 들어갔다. 떡볶이와 튀김 등 분식을 제외한 일제 '식사(밥)류'는 판매를 금지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구청과 노점상 간에 실랑이도 있었지만 오래 가지 못했다. 단속반의 강제집행에 사실상 불법영업을 해온 노점상이 손을 들고 만 것이다. 문제는 여기에서 발생했다. 주요 고객인 고시생들이 인근 식당 대신 편의점으로 발길을 돌린 것이다.
 
구청 단속 시점과 때를 같이 해 GS(078930)25는 1950원짜리 컵밥을 내놨다. 신제품 출시 기념으로 컵밥 구매시 요구르트나 생수를 무료로 제공하는 마케팅도 벌였다. 수험생들은 씁쓸함을 안은 채 ‘대체재’를 찾았다. 인근 식당에서 식사를 해결하기엔 비용과 시간의 소모가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길들여진 입맛도 편의점을 찾는 이유였다.
 
이를 지켜만 봐야 하는 인근 음식점과 노점은 타 들어간 속을 감추지 못했다. 컵밥을 팔았던 한 노점상인은 “주변 식당 주인들의 불만은 이해한다. 우리도 눈치를 보며 장사를 해왔다”며 “그런데 학생들이 그쪽으로 안 가질 않느냐. 편의점, 저것도 다 대기업에서 하는 거라는데 결국 대기업만 좋게 만든 꼴이 됐다”고 혀를 찼다.
 
노점 상인들과 불편한 관계를 감수하며 컵밥 단속을 제기한 인근 식당 주인들은 하나같이 “해도 해도 너무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새우 싸움에 고래 배만 불려졌다”는 하소연에 “재벌빵집이 난리더니 이젠 재벌컵밥이냐”는 볼멘소리도 등장했다.
 
GS25 관계자는 이에 대해 “소비자들의 다양한 입맛과 편의를 채워주는 게 편의점의 의무”라며 “(노점상 컵밥으로부터) 아이디어만 얻었을 뿐 중소 상인들의 생계를 침해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럼에도 GS25는 대학가 주변을 중심으로 컵밥의 판매를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예정이다.
 
◇ GS25는 지난 5일 비엔나&어묵볶음, 에그&고추장볶음 2종의 컵밥을 출시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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