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어? 아까 오전에 앉아계시던 분들이 계속 앉아계시네"
사회자 손범수씨가 의아해 할만 했다. 오전과 오후, 토론주제가 180도 달라졌는데, 같은 방청객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가 국가재정운용계획을 짜기 전에 일반국민들에도 의견을 들어보겠다며 획기적으로 준비한 '3일간의 재정콘서트'는 예년의 토론회에 비해 나아진 게 없었다.
손범수씨를 비롯해 전문 사회자들까지 동원해서 분야별로 공개토론을 이어갔지만, 기간방송사들에게 녹화중계를 맡긴 덕에 방청객들의 즉흥적인 열변이나 패널들과 주고받는 생생한 토론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50석 남짓한 방청석은 사전에 행사진행을 맡은 기획사로부터 방청객으로 섭외된 일반인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토론에 참여한 기관의 관계자들과 기자들이 자리를 메웠다.
일부 일반인이 질문을 던지기도 했지만, 방송녹화에 신경쓰느라 질문자는 사전에 예약된 두어명으로 한정됐고, 미리 준비된 질문만 오고갔다.
"자료만 보지 마시고 앞을 봐주세요. 카메라에 잡히니까. 박수는 크게!!"
방청객들은 녹화중계를 맡은 방송사 관계자의 손짓에 따라 때 맞춰서 힘껏 박수도 쳐야 했다.
패널로 참석한 기획재정부 관계자들은 정부정책홍보와 정부입장을 대변하기 바빴고, 마지막날 방문하기로 했던 기획재정부 차관은 과장급들에게 정부 공식답변을 맡기고, 방청석에 잠시 앉아 있다 일어나는 것으로 책임을 끝냈다.
특히 이번 토론회부터 획기적으로 도입했다고 하는 '온라인 질의답변'은 사실상 실적이 전무했다.
기획재정부는 이번 토론회에 앞서 일반 국민들도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으로 질의응답을 하는 등 토론참여가 가능하다고 홍보했었지만, 3일간의 토론회에서 스마트폰 등 온라인으로 올라온 질문과 그에 따른 전문가들의 답변은 찾아볼수 없었다.
심지어 토론장에는 온라인 의견을 토론장에 전달할 시스템도 갖춰져 있지 않았으며, 실제 기획재정부 SNS계정으로도 토론회와 관련한 질문을 던지는 국민들을 찾아볼 수 없었다.
국민들의 생생한 현장을 국가재정운용계획에 담아보겠다고 했지만, 홍보만 거창했지 결과물은 없었던 셈이다.
국가재정운용의 방향을 잡는데는 전문가들의 열띤 토론결과도 중요하지만, 국민들이 체감하는 정책의 평가도 중요하다. 정부도 당연히 그런 의미에서 '재정 콘서트'라는 이름표를 달았을 것이다.
살아있는 생생한 콘서트보다는 잘 짜여진 음악프로그램에 가까웠던 재정콘서트의 뒷맛은 참으로 씁쓸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