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경진·김현우기자] 금융감독원이 최근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구조조정 대상 대기업이 36개에 달한다고 발표한 가운데 해당 기업 중 상장회사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12일 금감원에 따르면 채권단이 금융권 신용공여 500억원 이상 대기업 549개 중에서 구조조정 대상으로 분류한 곳은 워크아웃 대상(C등급) 15개와 퇴출 대상(D등급) 21개 등 총 36개이다.
특히 업황 부진과 실적감소로 어려움을 겪는 건설업종은 D등급 12개를 포함해 총 17개가 구조조정 대상에 올랐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투자자들의 피해가 예상되는데도 불구하고 구조조정 대상 기업 중에 포함된 상장사들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에는 채권금융기관이 평가하고 워크아웃을 시킬 수 있는 권한이 있었는데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이 바뀌면서 그 권한이 없어졌다"며 "워크아웃을 시작해야 공시를 할 수 있는데 신용평가결과 만으로는 공시를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해당 기업이 워크아웃을 신청하기 전까지는 미정 상태이기 때문에 C, D등급 명단을 공개하기 부담스러워졌다"며 "금감원은 채권은행으로부터 명단을 받는 위치기 때문에 역시 (이름을)밝히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투자자 보호를 위해 매매거래 정지 등 시장조치를 수행해야 하는 한국거래소는 금감원의 해명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채권단이 상장사에 대한 신용을 C, D등급으로 평가했다는 사실 자체가 투자자들에게는 중요한 판단의 근거가 된다"며 "워크아웃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투자자들의 피해를 방치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금융당국이 명단 공개를 꺼리고 있는 사이 증권가에서는 정체가 불분명한 구조조정 기업 명단이 메신저를 통해 무작위로 유포되는 등 투자자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
지난 11일 장중 C등급과 D등급을 받은 기업들의 명단이 메신저를 통해 급속 유포됐지만, 대부분이 이미 상장폐지됐거나 채권은행의 관리절차가 진행되고 있는 곳들이어서 해당 내용과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업을 보호하겠다는 당국의 입장도 이해되지만 채권단을 비롯한 내부자들은 사실상 투자위험을 회피하는 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상황에서 일반 투자자들만 대책없이 방치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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