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곽보연기자]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가격경쟁에서 비롯된 '치킨게임'에서 벗어나 '가치창조게임'으로 변하고 있다."
전동수
삼성전자(005930) 반도체사업부 메모리부문(DS) 사장(사진)은 지난 25일 저녁 서울 삼성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반도체의 날' 기념행사 직후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전동수 사장은 "과거에는 수요업체와 공급업체간 수급 불균형이 심각하게 나타났다"며 "PC 제품이 잘 나가자 공급업체들은 의욕적으로 공급량을 늘렸고 이에 저가공세, 물량공세가 이어지며 결국 실수요에 비해 공급과잉이 빚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거 PC 시장은 HP와 레노버, 델(Dell) 등 5~6개 PC 제조업체들이 시장을 형성하고 있었고, 스마트폰 이전의 휴대폰 시장은 노키아와 삼성전자, 모토로라 등이 시장을 주도했다.
당시 휴대폰용 반도체 공급업체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000660), 마이크론 등 주요업체를 비롯해 대만의 작은 업체들까지 포함하면 총 10여개의 업체가 존재했다.
메모리 업계 전반에 걸쳐 수요보다 공급이 많다보니 공급업체들의 물량경쟁과 가격경쟁이 치열해져 결국 시장 전체가 '치킨게임'에 돌입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지금은 수요업체와 공급업체간 균형이 잡혀가고 있다. 경쟁에서 살아남지 못한 업체들이 감산을 선언하거나 인수되기 시작한 것. 한때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의 대표주자였던 일본의 도시바와 엘피다가 각각 낸드플래시와 D램 감산을 선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전 사장은 "이젠 세트업체에도 수요를 견인할 곳이 몇 군데 남아있지 않다"며 "공급업체나 수요업체나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는 '자율보정능력'이 강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앞으로 공급업체들은 가격만으로는 절대 경쟁할 수 없다"며 "기술에서 굉장히 앞서 가야하고 세트업체에 그 '가치'를 전달하는 것으로 프로모션 해야 스스로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메모리 사업이 '치킨게임'에서 벗어나 '가치 창조게임'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전 사장은 '그린메모리'를 가치창조의 사례로 들었다. 그린메모리는 일처리 능률을 높이면서 메모리 소비 전력은 낮춰주는 차세대 메모리반도체다. 친환경 그린 IT시장을 선도하겠다는 포부로 내놓은 그린메모리는 독일의 LRZ연구소 슈퍼컴퓨터에 단독 공급되는 등 거래처들로부터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7월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에 그린메모리를 적용하는 성과를 달성했다. 사진은 삼성의 그린메모리가 탑재된 독일 뮌헨 LRZ(Leibniz Supercomputing Centre)연구소의 슈퍼컴퓨터.
전동수 사장은 내년 메모리반도체 시황에 대해 "한마디로 '구름 속'"이라며 "메모리반도체 산업이 '변곡점'에 들어갔는데 앞으로 이런 변곡점은 있을 것 같지도 않다"고 말했다.
내년 설비투자와 관련해서도 전 사장은 "자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불확실성이 짙고 변곡점이 이어지고 있는데 어떻게 투자를 하겠냐"며 "내년 설비투자는 태블릿PC가 PC시장을 어떻게 선도할지와 울트라북이 PC시장을 얼마나 선점할지에 달려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마이크로소프트가 출시한 윈도8이 어떻게 포지셔닝 하느냐에 따라 시장의 틀이 잡힐 것 같다"며 "IT시장의 새로운 트렌드인 '컨버전스'(융합)에 유연하게 대응하면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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