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조선해양이 최근 산업은행 등으로 구성된 채권단에 전달한 자구안에는 해외자산 매각을 통한 사업 구조조정과 최대 절반에 이르는 인력 구조조정 안이 포함된 것으로 <뉴스토마토> 취재 결과 확인됐다.
먼저 STX조선해양은 해외자산 매각을 통한 사업 구조조정 가속화를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이 경우 STX대련과 STX프랑스 등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커지게 됐다.
유지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STX대련과 달리 STX프랑스는 프랑스 정부로의 매각이 순조로울 전망이다. STX프랑스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프랑스 정부는 그간 조선을 국가기간산업으로 키움과 동시에 해양국방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인수를 진지하게 검토해왔다.
유럽 최대 규모의 조선사인 STX프랑스는 현재 STX조선해양이 지분 70%를 보유하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주 발주 고객이 유럽인 점을 감안해 STX프랑스와 STX핀란드를 설립, 운영 중에 있다. 그러나 유럽의 재정위기가 심화되면서 최근 발주량이 크게 줄어 STX조선 어려움을 가중시켰다.
STX대련은 마땅한 주인을 찾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현지 투자 유치에 최선을 다한다는 전략이다. STX 관계자는 21일 “보유자산 중에서 매각 가능성이 높은 것은 다 판다는 게 기본방침”이라고 말했다. 돈 될 건 다 팔아서라도 STX조선해양을 회생시키겠다는 얘기다.
STX조선해양은 또 인력 구조조정을 채권단에 약속했다. 구체적 범위는 명시하지 않았지만 임직원 절반가량이 구조조정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임원을 비롯해 팀장급 이상 관리직 상당수가 옷을 벗을 전망이다.
STX 관계자는 “팀장 이상은 책임을 져야 하지 않겠느냐”며 “다만 현장직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에서 실사 중에라도 요구안을 제시할 수 있다”며 “이 경우 구체적 구조조정 범위를 놓고 협의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STX 측은 채권단 실사가 늦어도 내달 안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기대하는 눈치다. 채권단은 지난 9일 STX조선해양이 요청한 자율협약을 승인한 뒤 대규모 실사에 착수해 있는 상황. 자산과 부채 등에 대한 정밀실사 직후 채무 재조정을 비롯해 자산매각과 구조조정 등 경영정상화 방안을 확정짓는다.
STX조선해양은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액 9조4940억원, 당기순손실 782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은 13조5119억원, 부채는 12조1970억원이다. 특히 올해 안에 갚아야 할 회사채만 1조원에 달한다.
당장 내달 4일과 7일 각각 1000억원과 2000억원의 회사채를 상환해야 한다. 이어 6월8일 2700억원, 7월17일 800억원 등 올 연말까지 1조원대의 회사채 상환이 차례로 만기 도래한다. 빚에 눌려 있는 셈이다.
주력 계열사인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이 유동성 위기에 처하면서 STX그룹은 벼랑 끝으로 내몰렸다. 총 차입금만 13조원. 이는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등 국내 7개 대형 조선사들의 지난해 차입금 총 규모(21조원) 중 3분의 2에 해당한다.
한편 충격적 소식이 연이으면서 STX조선해양의 술렁임은 커졌다. 진해조선소 설계팀 30~40%가 이직하는 등 대규모 이탈이 잇따르고 있다. 팀장별로 팀원들을 면담하며 조직 분위기를 추스르기 위해 애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란 게 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여기에다 이달 급여가 여전히 미지급 상태에 머무르면서 불안감은 더욱 커져가고 있다. STX조선해양은 급여일(매달 6일)을 나흘 넘긴 지난 10일 관리직 50%, 일반직 75%의 급여를 지급했으며, 19일 남은 급여 지급을 약속했으나 지키지 못했다. 오는 25일 지주사와 팬오션 등의 급여 지급도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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