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대 기업 실적 '추락'..IT전기전자 나홀로 '선전'
전기전자마저 시장수요 예전만 못해..삼성전자 착시효과
2013-05-22 10:08:50 2013-05-22 10:11:44
[뉴스토마토 김기성기자] 국내 500대 기업의 추락세가 완연하다. 엔저 공포가 현실화되고, 내수마저 장기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할 경우 우리경제 전반이 절벽에 이를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500대 기업 전체 매출의 51.8%를 차지하는 5대 수출주력업종 중 IT전기전자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이 일제히 성장 탄력을 잃고 있어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스마트폰을 내세운 IT전기전자 또한 시장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여서 자칫 주력업종 모두 침체의 늪에 빠질 수도 있다.
 
 
22일 기업경영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대표 박주근)에 따르면, 2012년 결산 기준 국내 500대 기업의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전년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 총액은 2504조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7.2% 늘었지만 기업의 실질적 수익을 나타내는 영업이익은 4.4% 감소한 138조원, 당기순이익도 7.8% 줄어든 98조원으로 집계됐다. 한마디로 실속 있는 장사를 못한 셈이다.
 
석유화학, 조선중공업, 철강 등 그간 수출을 이끌었던 전통적 굴뚝산업뿐만 아니라 금융, 통신, 건설, 제약 등 내수 대표적 업종들도 실적이 급락했다. 전차군단으로 불리며 해외시장을 누볐던 자동차마저 성장세가 크게 둔화되는 모양새다.
 
이중 석유화학은 지난해 매출액 349조원을 기록, 전년 대비 2.6%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0조원을 기록하며 반토막(50.5%)났다. 조선중공업 또한 같은 기간 매출은 2% 늘어난 151조원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절반 가까이(48.2%) 줄어든 6조원에 머물렀다.
 
철강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매출(-7.5%)과 영업이익(-31%)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보였다. 거침없이 질주하던 자동차도 성장세가 한풀 꺾였다. 지난해 매출은 269조원으로 전년 대비 11%, 영업이익은 19조원으로 8.1% 증가했지만 예전의 고속성장세와 비교하면 둔화 속도가 가파르다는 평가다.
 
다만 IT전기전자는 삼성전자의 고공행진에 힘입어 지난해 매출 388조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8% 늘어난 수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무려 81% 급증한 36조원을 달성했다. 그러나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이 29조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비중이 80.5%를 차지할 정도로 절대적이어서 착시효과에 안주해선 안 된다는 평가다.
 
게다가 외화벌이 첨병에 섰던 스마트폰의 글로벌 수요가 예전만 못하다는 전망이 잇달으면서 자칫 전 업종이 나락에 떨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 또한 팽배해졌다. 삼성전자 또한 영업이익의 70%가량을 스마트폰에 의존하며 그 편중성이 심화된 상황.
 
기업별로 보면, 삼성전자가 201조의 연간 매출을 기록하며 1위를 굳건히 지킨 가운데 현대차(84조원), SK이노베이션(73조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2011년 매출 기준 3위였던 포스코는 철강 업황 부진에 SK이노베이션에 3위 자리를 내준 채 4위로 한 계단 하락했으며, 6위 현대중공업과 5위 LG전자, 8위 한국전력과 7위 GS칼텍스도 각각 자리바꿈을 했다.
 
500대 기업 중 지난해 가장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인 기업은 코오롱글로벌(구 코오롱건설)로 2011년 250위에서 무려 136계단 뛰어오른 114위에 랭크됐다. 현대차그룹의 HMC투자증권(628위→383위)과 IT부품회사인 파트론(618위→407위)도 눈부신 도약을 했다. 반면 SH공사는 매출이 48.6%나 떨어지면서 165위에서 288위로 123계단 곤두박질쳤다.
 
그룹 단위로 보면 역시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의 위세가 돋보였다. 삼성그룹은 500대 기업 내에 25개 계열사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이 지난해 기록한 매출은 376조원으로 500대 기업 전체 매출액의 15%에 달했다. 현대차그룹 역시 21개사가 500대 기업에 포함됐으며 전체 매출의 9.7%(243조원)을 담당했다.
 
반면 SK그룹은 2011년 7.9%에서 지난해 7.7%로, LG그룹은 6.3%에서 6%로 각각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줄었다. 4대 그룹 내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은 500대 기업 가운데 20개사를, LG그룹은 14개사의 이름을 올렸다.
 
벤처기업들도 하락세가 완연했다. 2011년과 비교해 3개사가 줄거든 17개사만이 500대 기업에 이름을 올렸으며, 같은 기간 매출액 비중도 0.8%에서 0.7%로 소폭 하락했다. 다만 맏형인 NHN만이 198위에서 189위로 순위가 뛴 것에 대해 만족해야만 했다.
 
분석을 주도한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500대 기업의 실적은 한국경제의 바로미터”라며 “전 업종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실적 하락속도가 우려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2분기 이후 엔저 영향이 본격화하고, 여기에 내수부진까지 가세할 경우 심각한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경제성장의 동력을 회복하기 위한 종합적 처방전이 마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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