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올해 전력공급에 벌써부터 비상이 걸렸다. 최근 서울 낮 기온이 30도까지 오르는 등 지난해보다 이른 더위가 찾아왔지만 원자력발전소 일부는 정비 등의 이유로 가동이 중단되는 등 본격적인 여름맞이(?) 준비가 덜 됐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는 다른 해보다 이른 블랙아웃(대규모 정전)을 경험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전력거래소는 지난 23일 오후 5시25분부터 약 40분간 전력수급경보를 '준비'로 발령했다. 전력수급경보는 준비→관심→주의→경계→심각 순으로 올라가며, 준비는 예비전력 500만㎾ 미만인 상태가 20분간 지속되는 것으로 이날은 예비전력이 450만㎾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24일 전력거래소 관계자는 "현재 발전소가 공급할 수 있는 최대 전력량은 8300만㎾ 정도고 요즘 최대 전력수요 예측량은 6000만㎾를 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예비전력이 500만㎾ 수준이어도 전력예비율은 10% 정도기 때문에 아직 안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2013년 5월24일 오후 4시35분 현재의 전력수급 상황(사진제공=전력거래소)
그렇다고 무작정 안심할 수는 없다. 우선 국내 원전 23기 중 울산 고리 1호기 등 9기가 정비 등의 이유로 가동을 멈췄다. 우리나라는 전체 전력공급의 36%인 2081만㎾를 원전에 의존하는데 이중 756만㎾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에는 울산 신고리원전 3호기도 말썽을 빚고 있다. 밀양 송전탑 문제로 전력공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또 여름철에는 냉방장비 가동이 급격히 늘기 때문에 발전소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전력수요량이 기관의 예측을 뛰어넘을 수 있다.
한전 관계자는 "초여름의 최대 전력수요량을 6000만㎾로 예상할 때 발전소 하나가 갑자기 멈추기라도 할까봐 걱정"이라며 "한창 더운 8월이면 전력수요가 7000만㎾까지 올라갈 수 있어 산업부와 관련 기관과 협조해 비상관리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전력 당국은 6월 초부터 전력수급 비상계획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날씨가 요즘 같아서는 6월 초부터 비상대책을 강구해야 한다"며 "전압조정과 주간예고제 등을 통해 전력을 관리해 예비전력을 최대한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전력거래소와 한전에 따르면 전력 당국이 수급조절을 통해 확보할 수 있는 예비전력은 시운전출력(30만㎾), 구역민간자가발전(49만㎾), 전압조정(68만㎾), 주간예고제(140만㎾), 지능형 수요관리(4만9000㎾) 등 총 291㎾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력수급경보 중 공공기관과 관공서에 강제 단전조치를 취하는 단계가 '경계(예비전력 100만㎾ 이상 200만㎾ 미만)'인데 거기까지 가는 것은 막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산업부 관계자는 "그러나 발전소당 전력공급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가정과 사무실에서도 전력절감을 위한 노력을 함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블랙아웃에 대한 우려가 아직도 남았다며 정부가 보다 더 철저하게 전력 위기를 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에너지시민연대 관계자는 "정부는 지난해도 전력수급을 조절해 여름철 전력위기에 대응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대규모 정전이 일어났다"며 "대국민 에너지절약 운동을 벌이고 전력수급경보 단계를 상향조정하는 등 예방적인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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