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사후약방문(死後藥方文). 사람이 죽은 뒤에서야 약을 짓는다는 뜻으로, 때를 놓친 후 대책을 세우거나 후회해도 소용 없다는 뜻이다.
연이어 터진 포스코 제철소 폭발사고를 보면서 순오지에 나오는 ‘사후약방문’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지난 3월22일 포스코 파이낵스 1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인근 포항 시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 내려야만 했다.
지난 4일 오후 8시50분경에도 포스코 파이넥스 4공장에서 엄청난 폭발음과 함께 화재가 발생해 인근 주택가 건물의 유리창들이 깨지는 한바탕 소란이 일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불과 3개월 만에 다시 터진 사고다.
포스코는 화재 원인에 대해 슬래그 야적장에 빗물이 고이면서 고온의 슬래그가 급격히 기화, 팽창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7일 신속히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띄우고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사태를 수습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세계 최고의 기술 경쟁력을 자랑하던 포스코지만 연이어 터진 사고 여파로 기업 이미지에 심대한 타격을 받았다. 갑을관행의 단초가 됐던 '라면상무'에 이어 잇단 폭발사고까지, 포스코는 불명예 오명을 써야만 했다.
더 큰 문제는 1차 사고 후 포스코가 ‘재해 없는 일터’를 만들겠다며 근로자들의 안전교육 강화는 물론 사고 취약지 집중 개선 작업을 단행하던 차에 또 다른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이다.
현대제철 등 다른 철강사들도 안전 대책에 미흡한 건 매한가지다.
오는 9월 3고로 완공을 앞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역시 지난 5월 협력사 직원 5명이 가스 질식으로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해 9월부터 9개월간 터진 안전사고로 무려 10명의 소중한 생명이 숨졌다. 명백한 인재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아직 원인 규명도 밝히지 못했다.
그런 가운데 포스코와 현대제철 근로자들과 인근 주민들은 불안감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글로벌 대기업이 어느새 시한폭탄으로 변질됐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