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밴(VAN)사가 대형가맹점에 제공하는 리베이트를 근절하기 위해 주는 쪽과 받는 쪽을 모두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형가맹점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밴사에 불법 리베이트를 요구하는 관행을 근절하자는 취지에서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오는 11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밴 수수료 개편안에 대한 공청회를 가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밴사 측은 리베이트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쌍벌제 도입을 제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밴사가 공식적으로 리베이트 쌍벌제를 주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 3월에 제정된 공정경쟁규약에 따라 밴사는 가맹점을 유치하기 위한 리베이트가 금지되고 있다.
한국신용카드밴협회는 밴 사업자와 가맹점 사이의 부당 고객유인행위를 자율로 규제하고자 공정경쟁규약을 마련,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은 후 지난 3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공정경쟁규약을 위반한 밴사는 협회의 회원자격이 박탈되며, 협회가 해당 밴사를 공정위에 신고하게 된다.
문제는 공정경쟁규약이 시행되고 있지만 슈퍼 갑인 대형가맹점의 압박은 여전해 음성적인 리베이트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밴사 측은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밴사 뿐아니라 제공받는 대형가맹점도 처벌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를 적용하자는 의견이다.
이번 KDI의 개편안에도 자율경쟁을 통해 리베이트를 근절하겠다는 방안이 담겼다.
지난해 밴사업으로 인한 13개 밴사들의 매출 8694억원 가운데 2600억원이 리베이트로 지출됐다는 게 KDI조사 결과다.
KDI는 자율경쟁체제를 도입해 밴 업계에 리베이트 관행을 바로잡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오히려 치열한 경쟁으로 리베이트가 만연해지는 것 아니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밴업계 관계자는 "지난 3월부터 공정경쟁규약이 제정됐지만 밴사만 규제해서는 리베이트가 근절되기 어렵다"며 "대형가맹점의 압박이 이어진다면 살아남기 위해 음성적인 리베이트도 성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KDI의 개편안은 오히려 대형가맹점에 힘을 실어줌으로써 밴사의 리베이트 경쟁이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고 덧붙였다.
카드업계 관계자 역시 "자율경쟁이 이뤄지면 대형가맹점을 두고 밴사간 가격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수수료는 일정부분 인하되겠지만 리베이트 경쟁이 심해지는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KDI의 개편안이 밴사간 리베이트 경쟁을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밴사가 주장하는 '리베이트 쌍벌제'도입 방안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