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모비스 유재학 감독과 선수들. 모비스는 27일 현재 평균 69점을 내주며 최고의 '짠물 농구'를 펼치고 있다. (사진제공=KBL)
[뉴스토마토 임정혁기자] "수비 전술의 발전을 선수들의 기술이 못 따라오는 거죠."
한 구단 감독은 최근 프로농구의 저득점 현상에 이렇게 말했다. 어려서부터 선수들이 정형화된 농구를 하다 보니 개인 기술을 익히기 어렵다는 설명도 더했다.
프로농구에 수비농구가 더욱 확산되고 있다. 갈수록 팀 전술은 다양해지는데 이를 깰 선수들의 개인기 발전은 더디다는 게 농구계의 목소리다. 한 베테랑 감독은 "솔직히 농구판에 기술자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느냐"고 반문했다.
올 시즌에도 20득점 이하의 득점왕이 탄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지난 시즌에 이어 2년 연속이다. 1명의 선수가 40분 동안 10골도 못 넣는 셈이다. 농구에서 자유투를 제외한 필드골이 2~3점이기 때문이다.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높은 것이 원인이다. "한 해 농사의 절반"이라는 이들은 팀 득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자연히 각 팀의 득점원인 이들을 틀어막으면 팀 전체 득점이 줄어든다. 대부분의 감독들은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막는 비책을 갖고 있다. 수비 강도를 다른 선수들과 조절해 시점에 맞게 사용할 뿐이다.
지난 26일 동부는 오리온스의 앤서니 리처드슨을 효과적으로 막았다. 3~4쿼터 승부처에서 극단적인 수비 방법을 택했다. 작은 선수가 리처드슨을 막게 해 돌파를 유도하고 순식간에 큰 선수가 도움수비를 가는 방식이었다. 효과를 봤다. 리처든슨은 14득점에 그쳤다. 동부는 김동욱에게 20득점을 내줬지만 경기는 89-79로 이겼다.
개인 득점 '윗물'은 자연스레 외국인선수들의 차지가 됐다. 27일 기준 개인 평균득점은 타일러 윌커슨(KCC 19.5점), 애런 헤인즈(SK 18.6점), 리카르도 포웰(전자랜드 17.6점) 순이다.
15위 안에 있는 국내 선수들은 6명(조성민, 이동준, 문태영, 강병현, 문태종, 김주성)에 불과하다. 이를 좀 더 살펴보면 어려서부터 한국에서 농구한 선수들은 조성민(KT), 강병현(KCC), 김주성(동부) 3명뿐이다.
이동준(삼성), 문태영(모비스), 문태종(LG)은 조금 다르다. 이동준은 미국 퍼시픽대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에 편입한 뒤 프로 무대를 밟았다. 문태영과 문태종은 해외에서 프로생활을 하다 각각 2009년과 2010년에 한국프로농구연맹(KBL)의 귀화혼혈선수 제도와 함께 한국 농구에 입성했다.
KBL 지난 시즌 '속공파울'을 신설하며 공격 농구 활성화를 유도했다. 고의적으로 속공을 저지하는 경우 자유투와 공격권이 주어지도록 했다.
하지만 '수비자3초룰' 또한 폐지했다. 국제농구연맹(FIBA) 규정에 따라 수비자 3초룰을 없애 지역방어가 가능토록 했다. 수비시 큰 선수들은 부담없이 골밑에 버티고 서 있을 수 있게 됐다.
KBL에만 있는 속공파울을 신설함과 동시에 미국프로농구(NBA)와 KBL에만 있던 수비자3초룰을 없앤 것이다.
이때부터 평균 80점 이상을 기록하던 득점 1위팀의 평균 득점이 70점 후반으로 떨어졌다. 지난 시즌 득점 1위 SK는 평균 77.2점을 올렸다. 올 시즌 득점 1위 모비스도 78점에 머물러 있다. KBL 출범 이후 한 때는 평균 103득점(LG 2000~2001시즌)까지 갔던 모습에서 이제는 80득점도 무너졌다.
한 농구 관계자는 "지금 같은 저득점 시기에 하승진(KCC 221cm)까지 복귀하면 골 넣기 정말 어려울 것"이라며 "그런 큰 선수가 밑에 버티고 서 있으면 외국인 선수 활용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애써 웃었다. 하승진은 공익 근무를 마치고 다음 시즌 복귀할 예정이다.
이어 이 관계자는 "국제 룰에 맞게 가는 게 당연하지만 현재로선 더 많은 득점이 날 것이라고 보긴 어렵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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