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기자] 친(親) 노환규파로 알려진 추무진 용인시의사회 회장이 새로운 대한의사협회 회장으로 선출되면서 노환규 전 회장의 행보도 주목받고 있다.
지난 18일 마감된 제38대 의협회장 선거 투표 결과, 추무진 후보자가 총 투표수 1만449표 중 48.9%인 5106표를 얻어 새 의협 수장에 당선됐다.
노환규 전 회장의 탄핵에 따라 진행된 이번 보궐선거에는 추무진 회장을 비롯해 박종훈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유태욱 대한가정의학과의사회 회장 등 총 3명이 출마해 각축전을 벌였다.
추무진 당선자는 온라인 2689표, 우편 2408표 등 총 5106표를 얻어 경쟁자였던 박종훈 후보자를 약 1400표 차로 따돌리고 10개월 동안의 의협 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노환규 전 회장이 후보자 가운데 공개적으로 지지를 표명했을 정도로 추 당선자의 뒤에는 항상 노 전 회장의 이름이 따라 붙었다. 개표 결과가 발표된 직후 노 전 회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모든 의사회원은 그 의미를 새겨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추 당선자 역시 선거운동 기간 회무의 연속성을 위해 37대 집행부 상임이사들을 38대에도 임명하겠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또 노인정액제 상한선, 물리치료청구 개선, 의료인 폭행 방지법 제정 등 노 전 회장이 남긴 2차 의·정 협상 협의안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다만 추 당선자는 노 전 회장이 대의원회의 불신임으로 탄핵당한 것을 고려해 어느 정도 거리도 뒀다. 선거운동이 한창이던 이달 초에는 주변의 예상을 뒤집고 노 전 회장 대신 윤창겸 전 의협 상근부회장을 선대본부장으로 영입했다.
대정부 투쟁의 동력 결집에도 나선다. 2차 의·정 협상 중 원격의료 시범사업이 당초 내용과 다르게 추진되고 있다며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정부가 의협의 내분을 이용, 당초 협의안을 뒤집었다는 게 의협 안팎의 공통된 인식이다. 추 당선자는 대의원회, 지역의사회, 병원협회 등과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대응할 방침이다.
또 이번 선거가 역대 최저 투표율을 기록한 것이 추 당선자의 임기 내내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회원들의 직접투표를 거쳐 당선돼 정통성은 확보했지만, 28.9%의 저조한 투표율은 추 당선자의 대표성에 힘을 실어주지 못할 것이란 지적이다.
특히 이러한 투표율이 선거에 대한 회원들의 무관심을 반영한 만큼 교수로 재직 중인 박 후보자보다 정책이사를 맡는 등 의협에서 어느 정도 기반을 갖춘 추 당선자가 훨씬 유리했다는 것이 의협 안팎의 견해다.
또 이번 선거에 처음 도입된 온라인 방식은 사전에 등록해야만 투표할 수 있어 대부분 적극 투표 성향자의 흐름으로 진행됐다. 개표 결과 우편 투표에서는 단 28표 차이에 그쳤지만, 온라인 투표에서는 무려 1416표 격차가 났다. 추 당선자의 기반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여곡절 끝에 의협의 새 수장으로 선출된 추 당선자는 분열된 의료계의 통합을 이끌고, 계파에 상관없는 인사로 의협의 개혁을 추진할 방침이다.
추 당선자는 "이번 투표 결과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다른 후보자 측에서도 좋은 인물이 있다면 추천을 받아 회무에 참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 전 회장은 추 당선자의 회장직 수행에 대해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는 한편 전면적으로 활동할 의사는 없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선거 과정에서의 불만도 함께 드러냈다.
그는 "대정부 투쟁 등 앞으로 추 당선자에게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며 "안정적 회무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모든 것을 내려놓고, 뒤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말했다.
또 "회원들의 무관심이 아니라 투표를 독려하지 않은 의협 내부의 문제로 투표율이 낮을 수밖에 없었다"면서 "회원들의 편의를 위해 도입한 온라인 투표가 충분한 시간에 제대로 이뤄졌다면 투표율이 더 높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개원의 출신 교수'란 점을 내세운 박종훈 후보자는 우편 개표 내내 박빙을 보이며 선전했지만, 마지막 온라인 개표에서 격차를 보이며 2위에 머물렀다. 그는 노 전 회장과 정적 관계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후보자는 "의협은 개원의, 병원의사, 의대교수, 전공의 등 다양한 구성원이 있어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다"며 "개원의 중심으로 회장을 맡았던 것을 변화시켜 보려 했지만, 교수로서 회장을 수행하는 것이 어렵지 않겠냐는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대한의사협회 전경. (사진=뉴스토마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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