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를 한 기업이 있다. 맨해튼 메디슨스퀘어공원의 푸드트럭으로 시작해 뉴욕의 명물 햄버거 전문점으로 성장한 '쉐이크쉑(shake shack)'이다.
웰빙 수제버거로 유명한 쉐이크쉑은 상장 첫 날 공모가(21달러)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45.90달러에 거래를 마치며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 5일(현지시간) 종가인 76.75달러를 기준으로 한 기업가치는 27억9000만달러(약 3조1000억원)에 달한다.
쉐이크쉑의 성공은 길거리 음식으로만 치부됐던 푸드트럭의 가치를 다시금 되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요식업으로 가는 관문처럼 여겨지며 제2의 쉐이크쉑을 꿈꾸는 젊은 창업자들이 줄을 잇고 있다. 지난 2010년 뉴욕 중심가에 멕시코 음식과 바베큐를 결합한 '멕시큐(Mexicue)'를 선보인 데이비드 쉴레이스도 그 중 한 명이다.
◇미국에서는 제2의 쉐이크쉑을 꿈꾸는 푸드트럭이 크게 늘고 있다. 사진은 이탈리아 엑스포에 참가한 미국의 푸드트럭 운영자.(사진=뉴시스/AP)
◇억대 연봉 뒤로한 푸드트럭 창업기
뉴욕에 있는 대형 제약회사를 다니던 쉴레이스는 2009년 친구 집이 있던 로스앤젤레스(LA)를 찾았다가 푸드트럭과 인연을 맺게 됐다. 당시만해도 동부지역에는 흔치 않았던 푸드트럭이 LA에서는 성행하고 있었던 것. 트럭에서 파는 간단한 음식을 먹기 위해 사람들이 한 블럭 넘게 줄을 서 있는 것을 보고 창업을 결심했다. 적은 비용과 낮은 리스크 부담으로 시작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뉴욕으로 돌아온 그는 바로 행동에 들어갔다. 억대 연봉을 뒤로한 선택에 가족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지만 이베이에서 트럭을 구매하는 것을 시작으로 새로운 도전이 시작됐다. 푸드트럭 운영을 위한 공용 주방과 영업 외 시간 차량을 세워둘 수 있는 공용 주차장 임대, 보건 당국에 제출할 건강증명서 등 총 8만달러(약 9000만원)를 들여 출발 준비를 마쳤다.
학창시절 동네에서 레모네이드와 빵, 쿠키 등을 팔아봤던 경험에 운영에는 어느 정도 자신이 있었지만 문제는 음식이었다. 요리를 전담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평범한 회사원이지만 대학시절 추수감사절마다 디너 파티를 주최하는 등 요리에 일가견이 있다는 친구 토마스 켈리를 파트너로 영입했다. 메뉴는 당시 인기를 얻고 있던 멕시코 음식을 선택했다. 호르몬이나 항생제를 첨가하지 않은 고기, 유기농 식품첨가제, 현지에서 구할 수 있는 신선한 재료들로 '빠르고 건강한 음식'이라는 틈새 시장을 공략했다.
푸드트럭의 성공을 결정하는 결정적 요인은 장소다. 인지도가 형성된 상황에서는 다소 외진 곳에 자리를 잡아도 매니아들이 찾아오지만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는 유동인구가 많은 곳을 택해 손님을 유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멕시큐 창업 초창기만해도 맨해튼의 푸드트럭은 하나 정도에 불과해 원하는 자리를 잡는 것이 어렵지 않았지만 푸드트럭 수가 75개에 달한 이듬해부터는 경쟁이 매우 치열해 졌다. 푸드트럭 인근 레스토랑에서 영업에 방해가 된다며 이동을 요구하거나 당국에 단속을 요청하는 경우가 급증했고, 푸드트럭 운영자끼리도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해 갖가지 방해공작을 폈다.
쉴레이스도 자리 경쟁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매일 아침 일찍부터 자리를 잡고 장사 준비를 하고 있노라면 다른 푸드트럭들이 몰려와 쉴레이스의 트럭을 에워싸고 자리를 빼달라며 위협을 했다. 반대로 쉴레이스가 원하는 자리에 다른 차량이 먼저 서 있으면 행정 당국에 주차 단속을 요청하는 민원을 넣기도 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멕시큐는 빠른 성장을 했다. 여기에는 패스트푸드와 패밀리레스토랑의 중간 형태인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이 급부상하는 시기였다는 점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시장조사기관인 NPD그룹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패스트 캐주얼 레스토랑은 연 평균 7~9% 성장하고 있다. 같은 기간 패스트푸드 업계는 제자리걸음을 하고 패밀리 레스토랑이 위축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괄목할 만한 성적이다.
◇레스토랑 전환으로 도약의 발판 마련
푸드트럭으로 순항하던 쉴레이스는 도약의 시기에 직면했다. 멕시큐를 요식업계의 메이저 브랜드로 키워내기 위해서는 고정 매장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했다. 그 시기를 점치고 있던 쉴레이스는 한파가 몰아쳤던 2011년 겨울을 터닝포인트로 잡았다. 패션의 거리로 유명한 뉴욕 7번가에 12평 남짓한 가게를 열었다.
푸드트럭으로 쌓은 인지도는 매장 오픈과 함께 급상승했고, 유명 패밀리레스토랑 체인인 루비튜스데이의 창업자 샌디 빌의 주목을 받기에 이르렀다. 증시 상장까지도 바라본다는 쉴레이스의 야심을 보고 지분 25%를 투자키로 한 것. 멕시큐는 50만달러를 유치해 브로드웨이에 두 번째 매장을 냈고 지난 4월에는 뉴욕의 심장인 맨해튼에서도 중심부로 꼽히는 5번가에 70여평의 세 번째 지점을 열었다. 성공의 발판이었던 푸드트럭은 이제 뮤직페스티벌이나 특별한 이벤트에만 동원된다.
전문가들은 멕시큐의 성장을 이례적이라고 보고 있다. 푸드트럭이 레스토랑으로 가는 지름길인 것은 맞지만 이를 위한 일정한 규칙이 존재하지 않아 대부분이 푸드트럭으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향한 명확한 목표를 세워두고 하루, 한 달, 일 년 등 단기와 장기 계획을 모두 세워논 점이 주효했다고 분석한다. 목표를 설정한 이후에는 빠르게 행동으로 옮기고 경쟁자들과 차별점을 주려는 노력도 적지 않은 기여를 했다고 평한다.
지난해 기준 멕시큐의 매출 규모는 600만달러(악 68억원)를 기록했다. 창업 첫 해인 4년 전의 50만달러에서 12배나 늘어난 것. 멕시큐는 2017년까지 연매출 2000만달러 달성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해 매년 2개 이상의 매장을 열 계획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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