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초로 예상됐던 ‘총선용’ 개각이 기약 없이 미뤄지고 있다. 이미 박근혜 대통령에게 복수의 후보자 명단이 보고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발표 시기와 개각 규모를 두고 박 대통령의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박 대통령이 고심하는 배경은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 등 경제활성화 법안과 노동개혁 5법, 테러방지법, 북한인권법 등 각종 쟁점 법안들의 정기국회 처리가 무산되고 12월 임시국회로 넘어간 상황이라는 점이다.
특히 박근혜 정부가 내년에 집권 4년차에 접어들지만 제대로 법안 처리가 안된 상태에서 총선용 개각을 단행한다면 그를 신호탄으로 여의도 정치권이 본격적으로 총선 정국에 돌입하게 되어 박 대통령은 국정운영 추진 동력을 상실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개각이 기정사실화된 상황에서 마냥 늦추는 것도 해답은 아니라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고민을 깊게하는 것으로 보인다. 벌써부터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정치인 장관들이 얼마나 부처 일에 집중할지도 의문이고, 대규모 인사 변동를 앞둔 연말 공직사회도 어수선하기는 마찬가지라서 개각을 차일피일 미룰 수도 없다.
이번 개각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부 장관 등 의원 겸직 각료 3인방과 이미 사의를 표명한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부산이나 대구 출마설이 나오는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총선 출마 예상자들의 교체가 확실시된다.
여기에 얼마전 3년 임기가 만료된 이성보 국민권익위원장(장관급)과 박근혜 정부 원년 멤버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 윤성규 환경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등도 분위기 쇄신차원에서 개각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만약 차관급 인사를 장관으로 올리고 장관급 인사를 부총리급으로 올리는 경우 연쇄적인 인사이동도 불가피하다.
총선에 나가는 정치인 장관들의 사퇴 시한(내년 1월14일)과 후임자 인사청문회 기간(약 20일)을 고려하면 개각이 많이 늦어지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대세다. 실제 최경환 부총리는 지난 10일 출입기자단과의 송년만찬회에서 “병장 만기가 됐는데 제대증이 나오지 않았다”며 “제대는 곧 시켜줄 것 같다”면서 개각이 초읽기에 들어갔음을 시사했다.
다음주 중 대통령 주재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 등이 예정돼 있어 이르면 14일 발표가 있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5일로 예상되는 국회 본회의 이후 법안 처리 상황 등을 보고 개각 수순을 밟지 않겠냐는 전망도 있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제53회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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