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물로 본 금융권 이슈)내부출신 은행권 CEO, 호평 속 순항…맨파워 아쉬움
조직체질 개선, 리스크 관리에 강하지만 굵직한 사업에 취약
2015-12-29 14:00:00 2015-12-29 14:00:00
올 한 해 은행권에서는 내부 출신 최고경영자(CEO)들의 활약이 눈에 띈다. 대내외적인 현안 해결을 위해 내부 신망을 받고 회장 자리에 올라 지배구조나 조직체질 개선, 은행 조기통합 등을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윤종규 KB금융(105560)지주 겸 국민은행장은 국민은행 부행장과 KB금융 재무담당 최고책임자를 거쳐 지난해 말 지주사 회장으로 복귀한 내부 출신 CEO다. 내분사태 이후 '1등 은행 탈환'이라는 구호로 조직을 추스리고, LIG손해보험을 인수해 KB손보를 출범시켰다. 임금피크제 개선과 희망퇴직 정례화 등 조직체질 개선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최근 대우증권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시면서 M&A 흑역사를 깨지는 못했다. KB는 큰 규모의 M&A에서 유독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사회에서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으나 통큰 베팅을 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며 "맨파워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농협금융 회장 재임 당시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한 것에 빗댄 것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086790) 회장은 올해 초 연임에 성공, 외환은행과의 조기통합을 이뤄내면서 김승유 전 회장의 그림자에서 완전히 벗어난 모습을 보였다. 법원과 금융당국의 판단을 받아야만 했던 통합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수하면서 김 회장이 은행 영업통이지만 대관쪽이 취약하다는 꼬리표를 뗐다는 평가도 받는다.
 
최근 하나금융은 청년희망펀드 가입, 변형시간근로제 도입, 임금 상승분 반납 등 각종 정부 정책에 앞장서 지원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책은행보다 더 앞서간다는 말도 듣는다"며 "올해 하나·외환은행 통합 과정에서 금융당국과의 관계형성 중요성을 실감한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정부와 불가근불가원 원칙을 유지한 행보를 보였다. 신한지주(055550)는 창업주주인 재일교포의 영향력이 커 외풍이 적은 곳이다. 실제로 한 회장은 올해 초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에 대해 "인터넷뱅킹과 별 차이점이 없다"며 부정적입 입장을 숨기지 않았다.
 
금융권에서도 사실 정부 주도 인터넷은행의 사업성에 대해 반신반의하고 있었는데, 신한 특유의 리스크관리 전략상 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신에 신한은 기존 인터넷뱅킹 고도화, 비대면 실명확인을 적용한 모바일 뱅크에 집중했다.
 
한 회장의 임기는 오는 2017년 3월까지로 사실상 내년이 임기 마지막해다. 신한지주는 회장 연령을 만 70세 이하로 제한하고 있어 한 회장의 연임은 불가능하다. 한 회장은 내년 초 계열사 사장단 인사를 앞두고 후임자의 밑그림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서금회(서강대출신 금융인 모임) 논란을 입고 취임한 이광구 우리은행(000030)장은 민영화 성공이라는 목표 아래 금융당국과 손발을 맞춰왔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모바일 전문은행을 출범시켜 당국이 추진 중인 중금리 대출 활성화에 대응했고, 인터넷은행 컨소시엄에도 주도적으로 참여해 사업자로 선정됐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 같은 행보가 우리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졌는지는 의문이다. 우리은행 지분 인수가 유력했던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와의 협상은 우리은행 주가가 낮아 지지부진한 상태다. 우리은행의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9160원으로, 매각을 위한 주가가 마지노선인 1만원을 한참 밑돈다.
 
내부 출신 은행권 CEO들은 조직내 신망이 깊지만 외부적으로는 정부의 금융개혁 속도전에 숨 돌릴 틈도 없이 뒤따라가고 있어 피로감을 유발시키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거물급 인사들보다는 외풍에 취약하다는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금융권을 쥐락펴락한 '금융권 4대 천왕'이라 불렸던 맨파워를 아쉬워하는 분위기도 읽힌다. 4대 천왕은 2010년 전후로 강만수 전 회장을 비롯해 고려대 라인인 김승유, 이팔성, 어윤대 등 금융지주 CEO들을 말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메가뱅크 등 자산규모 경쟁에서 리스크 관리로 금융권 화두가 바뀌면서 안정적인 내부출신 CEO가 자리잡기 시작했다"며 "맨 파워 있는 CEO들이 조직 신망을 얻는데는 시간이 걸리지만 굵직한 사업들을 밀어붙이는 추진력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종용·김형석 기자 yong@etomato.com
 
◇사진 왼쪽부터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이광구 우리은행장. 사진/각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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