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주용기자]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 경선 구도가 원외 인사들의 출마로 요동치고 있다. 주인공은 양향자 광주서을 지역위원장과 이동학 전 혁신위원,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이다. 이들은 비록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당내 인지도 면에서 타 후보에 뒤지지 않는 만큼 만만치 않은 득표력을 보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향자 위원장은 재선의 유은혜 의원과 여성 부문 최고위원을 놓고 경쟁에 나섰다.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양 위원장은 지난 총선에서 광주서을에 출마했지만 국민의당 천정배 전 대표에게 패해 국회 입성에는 실패했다.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인사이기도 한 양 위원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이 ‘문재인 키즈’인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문 전 대표와 가까운 최재성 전 의원은 현재 공식적으로 양 위원장을 돕고 있다. 양 위원장은 문 전 대표의 과제인 호남민심 회복을 위한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양 위원장은 2일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내) 재선 이상의 여성의원들의 지지를 얻는 게 어렵다”며 원외 인사로서 선거에 나서는 고충을 토로했다. 양 위원장은 자신이 여성과 호남, 기업을 대변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점을 호소했다.
더민주에서 김근태계로 분류되는 유은혜 의원은 문 전 대표 시절 당 대변인을 맡았던 이력을 부각하며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손혜원 의원은 지난달 29일 유 의원에 대해 “문 전 대표의 ‘외연 확장’에 가장 도움이 될 후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이에 대해 양 위원장은 “원외 인물이 (여성위원장을) 하는 게 외연 확장”이라고 응수했다. 그는 “검증된 기술로만 우리가 개발하면 혁신이 안 된다. 그것은 기술의 후퇴”라며 “기존 관행대로 재선 이상의 의원이 (여성위원장을) 해야 된다는 게 무슨 명분인가 싶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정책협의회에 왔는데 자동차 100만대 생산기지를 조성하는데 누가 도움을 주겠나. 삼성이 지금 자동차 전장산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럴 때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가. 삼성에서도 저에게 이번에 최고위원으로 들어오면 정말 좋겠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 위원장은 “호남의 지지를 이끌어내고 여성표를 얻으려면 정말 혁신적인 사람을 써야 한다”며 “새로운 눈으로 (정치를) 보고, 조직도 새롭게 가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가 훨씬 더 역량이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동학 전 혁신위원은 초선의 김병관 의원, 장경태 서울시당 대변인과 청년 부문 최고위원을 놓고 대결을 벌인다. 그는 지난 총선 때 서울 노원병에 예비후보로 나섰지만 당내 경선에서 황창화 전 국회도서관장에게 패해 본선에는 진출하지 못했다.
이 전 위원에게 가장 큰 상대는 문 전 대표의 영입인사로 ‘여당의 텃밭’인 경기 성남분당갑에서 당선된 김병관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달 29일 출마기자회견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청년당원들의 힘을 모아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내겠다”며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이 전 위원은 2일 원외 인사로서 현역 의원과 비교해 느끼는 고충에 대해 “(선거에서) 사람을 쓰는 비용 문제가 가장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반대로 저는 원외 인사이기 때문에 국회에 출근하지 않아도 된다”며 “상임위 현안을 챙겨야 될 것도 없고 오히려 더 청년들 곁에서 일을 제대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위원은 장경태 대변인과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계속 만나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장 대변인은 3자 대결을 원하고 있다”며 “나와 장 대변인의 전략이 서로 다르다”고 덧붙였다.
인천시당위원장 선거에 나선 박우섭 청장은 현역인 박남춘 의원과 경쟁을 벌인다. 윤관석 의원도 출마를 고심하고 있다. 박 청장은 지난 1일 “국회의원 중심으로 운영되는 당에 자치분권세력이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서울·제주, 인천·경기, 강원·충청, 호남, 영남 등의 시도당위원장은 권역별로 1명의 최고위원을 호선으로 선출한다. 시도당위원장으로 선출되면 사실상 당 최고위원이 되는 구조다. 인천시당위원장은 경기도당위원장과 임기 2년을 1년씩 나눠 맡을 것으로 예상된다.
박 청장은 지난해 2·8 전당대회에서도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한 바 있다. 그는 연설 시작부터 본인의 이름을 이용해 ‘웃어봐(우섭아)’라는 구호로 대중을 사로잡았다. 그는 현장 대의원 투표에서 16.24%를 득표해 최고위원 출마자 중 가장 높은 지지를 받았지만 일반 여론조사와 권리당원 투표에서 최하위권에 머무르며 낙선했다.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도 원외 인사다. 김 전 위원장이 추미애, 송영길 의원에 이어 후발주자로 나서면서 이종걸 의원과 함께 ‘4파전’을 벌이고 있다.
김 전 위원장은 현역 의원인 세 후보에 비해 당내 기반이 다소 약한 것으로 평가받는 만큼 지자체장 등 선거인단을 개별적으로 만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더민주 당대표 예비경선(컷오프)이 오는 5일 치러지는 가운데 90여명으로 선거인단의 4분의 1가량을 차지하는 광역·기초단체장의 표심을 잡겠다는 전략이다.
양향자 광주서을 지역위원장, 이동학 전 혁신위원, 박우섭 인천 남구청장,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왼쪽부터). 사진/뉴시스·뉴스1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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