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부동산 집중 규제에도 꿈쩍 않던 강남 집값이 결국 꺾였다. 서초구 아파트값이 6개월 만에 하락하고 송파구도 보합세에 접어들었다. 4월부터 양도세 중과가 시행되는 등 정책효과가 본격화되는 시점으로 분석된다. 이달 말 공동주택 공시가격 조정과 향후 보유세 등 개편까지 이어질 경우 집값 조정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8일 정부의 연이은 부동산 규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 랩 팀장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시뮬레이션 결과 공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강화 등 정부의 전 방위적인 압박이 강남 집값을 하락시켰다"며 "금리 인상과 DSR 도입 등 여신기준까지 까다로워 집을 매수하기에 심리적 부담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도 "은마아파트 호가가 1억이 떨어진 것처럼 정부 정책이 강남 집값 하락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감정원이 지난 5일 발표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4월 첫주 서초구 집값은 6개월만에 하락했다. 전 주에 비해 0.04% 떨어졌다. 송파구도 보합세로 집값 상승이 둔화됐다. 강남 4구(서초·강남·송파·강동구)가 0.01% 오르는데 그쳐 강남권 전체 집값 상승세가 약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달 말 조정되는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강남 집값 하락을 촉진시킬 것으로 보인다. 공시가격은 양도세 및 재산세, 상속세 등의 산정 기준이다. 때문에 공시가격이 오르면 집주인의 세금 부담이 커진다. 현재 공동주택 공시가격은 실거래가의 60~70% 수준이다. 공시가격이 실거래가와 차이가 줄어들수록 다주택자들은 집을 보유하는 부담이 커진다.
공동주택 공시가격 폭은 지난해보다 크게 오를 전망이다. 공동주택보다 앞서 조정된 단독주택 공시가격의 경우 2006년 이후 처음으로 5%대 상승했다. 이처럼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1~2년 사이 오른 집값만큼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 소장은 "서울 특히, 강남은 단기간 집값이 크게 올라 공동주택 공시가격도 많이 오를 것"이라며 "공시가격 상승이 집값에 직접적 영향을 주진 않지만 여러 리스크가 맞물려 집값이 하락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말했다.
정부는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조정해 보유세 자체를 높이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주택가격 과세표준을 정하는 세율로, 현재 공시가격의 80%에서 100%로 올릴 경우 보유세가 늘어난다. 정부는 9일부터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출범해 보유세 개편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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