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한국지엠 노사가 데드라인 직전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에 합의하면서 파국은 면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브랜드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판매실적도 급락했다는 점에서 경영정상화에 이르기까지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국지엠 노조는 25일과 26일 양일간 전체 조합원 1만3000명을 대상으로 '2018년 임단협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투표를 실시한다. 앞서 노사는 23일 데드라인을 1시간가량 남겨두고 잠정합의안을 가까스로 도출했다. 임한택 노조지부장은 "법정관리라는 최악의 경우를 피하면서 조합원들의 희생도 최소화하려고 노력했다"면서 "겸허하게 조합원들의 평가를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부결 자체가 파국을 의미한다는 점에서 무난하게 가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이달 1일 금호타이어의 '더블스타 매각 찬반투표'에서 조합원의 60.6%가 찬성했다는 점도 가결 예상에 힘을 싣는다.
한국지엠이 극적으로 잠정합의안 마련에 성공했지만 경영정상화까지 과정은 험난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뉴시스
다만, 조합원 투표라는 고비를 넘어도 본궤도에 오르기까지는 난제들을 헤쳐 나가야 한다. 지난 2월 한국지엠 철수설이 불거지면서 영업실적은 큰 폭으로 감소했다. 한국지엠의 1분기 내수 실적은 1만9920대로, 전년 동기(3만7648대) 대비 47.1% 하락했다. 3월 실적은 6272대로, 지난해 3월(1만4778대)보다 57.6% 급감했다. 이로 인해 한국지엠은 지난해 국내 완성차 업계 3위에서 올해 5위로 추락했다. 수입차 브랜드 열풍이 지속되면서 메르세데스-벤츠, BMW에도 월별 실적에서 밀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회사 생존이 불투명해지면서 영업사원들도 이탈, 판매 네트워크도 크게 훼손됐다.
한국지엠은 고객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쉐비 프로미스' 프로모션 등 안간힘을 쓰지만 철수설로 인한 브랜드 이미지 추락을 막지 못했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철수라는 최악의 사태는 피했지만 GM의 G2(미국·중국) 시장 및 미래차 중심 전략을 재확인했다"면서 "국내시장에서의 신뢰 회복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한국지엠은 이르면 다음달 SUV 에퀴녹스를 출시해 신뢰 회복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중형 SUV 시장은 이미 현대차의 싼타페와 기아차의 쏘렌토가 양강구도를 형성하며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어 고전이 예상된다. 올 1분기까지 싼타페는 2만174대, 쏘렌토는 1만8724대를 팔았다. 반면 르노삼성의 QM6은 6299대, 쌍용차의 렉스턴 스포츠는 8264대에 불과했다. 업계에서는 에퀴녹스의 가격대가 3000만원 중반대를 넘는다면 가격경쟁력도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지엠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다른 생각을 할 여유 없이 회사가 문을 닫을 수 있는 위기를 해결하는 게 우선이었다"며 "앞으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