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국내 제약업계 1분기 실적발표가 본격화된 가운데 3세 경영 제약사 간에 희비가 엇갈렸다. 오너 3세 체제가 자리를 잡은 GC녹십자와 일동제약은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호조를 보였고, 3세 대표이사 취임 이후 첫 성적표를 받아든 현대약품은 비교적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3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창업주 일가 3세인 허은철 대표이사 사장이 이끄는 GC녹십자는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2941억원, 영업이익 145억원의 잠정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3.2%, 28.7%씩 증가한 수치다.
주력인 혈액제제 및 백신사업에서 지난해 1분기 대비 외형을 키웠고, 전문의약품과 소비자 헬스케어 부문 역시 한자릿수대 성장에 성공했다. 특히 허 사장이 기업의 미래로 낙점한 혈액제제 사업 호조에 해외 매출 규모가 14% 증가했다.
지난 2016년 기업 분할 이후 윤웅섭 사장의 단독대표 취임으로 3세경영을 본격화한 일동제약은 1분기 별도기준 매출액 1189억원, 영업이익 6486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11.5%, 영업이익은 111%나 뛰었다. 아로나민으로 대표되는 일반의약품과 팜비어 등의 전문의약품의 고른 성장세가 돋보였다.
단독대표 3년차를 맞은 윤 사장이 취임 이후부터 혁신을 강조하며 무게를 실어온 온라인의약품몰 확장 오픈과 프로바이오틱스 및 건강기능식품 브랜드 강화, 만성B형간염치료제 신약 '베시보' 허가 및 출시 등의 성과가 빛을 발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사장은 일동제약 창업주인 고 윤용구 회장의 손자다.
허은철 사장과 윤웅섭 사장은 제약업계 대표적인 3세 경영인으로 꼽힌다. 1972년생인 허 사장과 1967년생인 윤 사장은 지난 2016년 나란히 단독대표 체제를 구축해 올해로 3년차를 맞고 있다. 젊은피답게 해외사업과 신사업 추진으로 혁신을 강조해왔다는 점 역시 공통점이다.
반면, 지난 2월 창업주인 고 이규석 회장의 손자 이상준 이사를 대표이사로 결의하며 3세경영 체제를 본격화 한 현대약품은 상대적으로 주춤했다. 현대약품의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317억원, 영업이익 3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6% 늘었지만, 영업이익이 55.4%나 뒷걸음질쳤다.
이 사장은 지난 2003년부터 경영수업을 시작해 2012년 현대약품 핵심부서인 미래전략본부장을 맡으며, 승계구도를 공고히 한 뒤, 지난 2월 대표이사에 오르며 김영학 대표이사 사장과 공동대표 체제를 구축한 바 있다.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둔 주요 3세경영 제약사로는 동화약품, 삼일제약, 유유제약 등이 남아있다. 동화약품은 올해로 경영 총괄 10년차를 맞는 3세 윤도준 회장은 물론, 4세인 윤인호 상무까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연초 입사 4년만에 상무로 초고속 승진한 윤 상무는 1984년생으로 올해 만 34세다. 가스활명수로 대표되는 일반의약품 중심의 사업구조에 성장성이 한계에 부딪히는 듯했으나 지난 2016년 3년 만에 영업이익 100억원을 재돌파한 뒤, 지난해 112억원의 소폭 성장을 거둔 만큼 올 1분기 첫 단추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업계 최연소 대표이사였던 허승범 대표를 연초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30대(1981년생) 대표이사 부회장 시대를 연 삼일제약과 지난 2014년부터 영업 마케팅 총괄을 맡은 유원상 부사장이 이끄는 유유제약 등도 5월 중순 내 실적 발표를 매듭지을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산업이 다른 산업에 비해 창업주 지분이 비교적 큰 업종으로 꼽히는 만큼 창업주 일가로의 승계 작업이 비교적 안정적이고 빠른 편"이라며 "특히 최근 제약 산업에서 최근 해외사업의 중요성이 더해지고 있는 만큼 대부분이 유학파 출신인 3세 경영인들의 무게감이 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창업주 일가 3세 경영인을 전면으로 내세운 국내 제약사들의 1분기 희비가 엇갈렸다. (왼쪽부터)허은철 GS녹십자 사장, 윤웅섭 일동제약 사장, 이상준 현대약품 사장. 사진/각 사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