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성휘 기자] 남북미 정상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다시 톱다운 방식으로 비핵화 협상 재개를 모색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오는 11일 미국 워싱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는 가운데 이르면 이달 중 남북 정상회담을 개최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북미 정상이 이번에 만나면 하노이 회담 결렬 이후 첫 직접대화다. 두 정상은 교착상태에 빠진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간) 영국 로이터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미국은 북한에 '선 핵폐기, 후 보상' 방식의 빅딜문서를 건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북한이 '패전국에게나 적용하는 방식'이라고 비판해온 내용이다. 결국 북한은 '새로운 길'을 모색할 수 있다며 중국 및 러시아와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이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북한도 이에 반발해 남북미 협상이탈을 경고하는 상황에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거래)을 '스냅백'(합의사항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그 이전 상태로 되돌리는 것) 방식으로 제안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굿 이너프 딜은 지난 17일 청와대 고위 당국자가 제안한 아이디어로, 미국의 '빅딜'과 북한의 '단계적 합의'의 절충안이다. 비핵화 타임테이블을 만들고 그에 기반한 큼직한 단계별 조치를 거쳐 '되돌릴 수 없는' 최종 비핵화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다.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상응해 미국이 일부 제재를 해제하되, 북측이 약속을 어길 경우 기존 제재를 복원하고 더욱 강화하는 방식으로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그 결과를 가지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4월15일이 북한 태양절(김일성 생일)인 것을 감안하면 그 전에 특사나 핫라인을 통해 접촉하고, '4·27 남북 정상회담' 1주년을 즈음해 김 위원장과 직접 만나는 방안이 거론된다. 다만 문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모두를 만족시킬 중재안을 도출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린원(대통령 전용헬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성휘 기자 noirciel@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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