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화재의 절반 이상이 특정시기에 LG화학 중국 공장에서 만들어진 물량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제조사 결함이 분명하지만 정부가 원인 조사 과정에서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에 따라 LG화학의 자발적 리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에 따르면, 수개월간 배터리 사고 원인과 정부 조사발표 추적 결과 전체 ESS 배터리 화재사고 26건 중 54%인 총 14건이 2017년 2~4분기 LG화학 중국 남경공장에서 만들어진 초기 물량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생산된 제품은 단 한 건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았다. 그간 원인조사 과정에서 불거진 전력변환장치(PCS) 등 문제가 아니라 배터리에 확실히 문제가 있었다는 게 이 의원 측이 내린 결론이다. 실제 지난 8월30일 발생한 충남 예산 태양광발전소 화재는 이미 LG 측이 PCS 점검을 마친 뒤 일어났다.
경쟁사인 삼성SDI 화재 사고 9건의 경우 2014~2018년으로 배터리 제조일자가 다양하고 발화 원인도 비교적 간단했다는 점도 이를 방증한다고 이 의원 측은 밝혔다. 배터리 보호시스템 내 ‘랙 퓨즈’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해 전원장치가 파손됐고 민관합동조사위원회가 원인을 발표하기 전후로 삼성 측은 랙 퓨즈를 전량 타 제품으로 바꾸는 조치를 취했다는 설명이다.
ESS화재 발생 건수 절반이 LG화학이 특정 시기 제조한 배터리인 사실을 정부가 확인하고도 화재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지적하지 않아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훈 의원은 "LG화학이 문제 배터리 전량을 리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지난 6월11ㅇ 일 이승우 국가기술표준원장이 정부세종청사에서 민관합동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모습. 사진/뉴시스
문제는 LG 측 화재 원인이 배터리와 배터리보호시스템 결함에서 비롯된 정황이 나왔는데도 정부 민·관합동 조사단은 장치 설치지역의 열악한 주변 환경 등에 시선을 분산시키며 다양한 원인이 있었다고 발표했다는 점이다. 조사단은 최초 배터리시스템 결함 외 전기충격에 대한 보호체계미흡, 운용환경관리 미흡, 통합관리 체계부재 등 4가지를 들었다.
지난해 9월1일 LG화학 배터리 2017년 4분기 제조품이 설치된 충북 영동군 ‘다니엘영동태양광’ 화재 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법안전감정서를 통해 ‘배터리 모듈에서 발화된 것으로 추정’했지만, 산업부는 국회 제출 자료에 ‘파악 불가’로 기입하기도 했다. 올 초부터 개최한 민관합동조사위 보고서에는 LG화학 제품 사고 발화지점과 화재 원인으로 대부분 배터리 결함을 지적했지만, 산업부가 사고 책임을 알 수 없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은폐하려 했다는 주장이다.
이 의원은 “조사과정에서 LG화학에 2017년 생산된 배터리 자발적 리콜을 요청했고 회사 내부에서도 리콜을 심각하게 고민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많지만 경영진은 리콜 진행 시 국내뿐 아니라 해외 물량까지 해야 해 약 1500억원의 추가 비용과 신인도 추락을 우려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회사 측이 ‘피해를 본 발전사업자들에 대해 우선 보험회사가 배상한 후 LG화학에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보험회사와 협의를 마쳤다’고 전한 사실도 덧붙였다.
이 의원은 산업부에 “어정쩡한 사고조사 발표가 일을 키우는 도화선으로 작동 됐다”고 비판했다. LG화학에 대해서는 “글로벌 리더기업으로 전세계 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사람들이 사건을 은폐하고 물밑에서 쉬쉬하며 합의를 종용해선 안 될 일”이라며 “특정시기 생산된 관련 배터리가 전국에 198개소나 더 있는데 지금이라도 자발적 리콜을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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