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백주아 기자]
SK이노베이션(096770)이 배터리 사업 부문을 분할하고 지주사로 전환한다. 지난해
LG화학(051910) 사례처럼 단기적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지만 배터리 사업의 미래 성장성을 고려하면 장기적으로는 호재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자료/SK이노베이션
8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는 지난 4일 이사회를 열고 배터리와 석유개발(E&P) 사업 분할을 의결했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16일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10월 신설법인인 SK배터리주식회사와 SK이엔피주식회사가 설립될 예정이다.
이번 분할의 목적은 투자금 마련이다. 전기차 배터리 산업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기인만큼 적기에 재원을 조달할 수 있도록 물적분할 방식을 택한 것이다. SK이노는 현재 연간 40기가와트시(GWh)에 달하는 배터리 생산능력은 오는 2030년 500GWh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향후 5년간 18조원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이에 신설 배터리 법인 IPO(기업공개)로 막대한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다.
SK이노의 배터리 사업 분사는 예견된 일이었다. 지난해 10월 지동섭 배터리 사업부문 대표가 “분사를 검토하고 있다”는 의견을 밝힌 뒤 분할에 따른 악재는 꾸준히 주가에 반영돼 왔다. 지난 6월30일 29만5500원을 기록하던 SK이노 주가는 지난달 1일 김준 총괄 사장이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분할에 대한 강한 시그널을 보내면서 8.8% 급락했다. 분할 발표 당일인 지난 4일에는 전 거래일 대비 3.75% 하락한 24만3500원을 기록했다.
물적분할에 따른 단기 주가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사 전환으로 SK이노는 배터리 부문을 100% 자회사로 두게 된다. SK이노를 통해 배터리 자회사를 간접 지배하게 되는 만큼 배터리 사업 성장성을 보고 투자한 주주들은 허탈할 수밖에 없다. IPO 이후 모회사의 지분 희석에 대한 우려도 있다.
다만
LG화학(051910) 사례를 감안하면 충격은 오래 가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LG화학은 전지사업 부문인 LG에너지솔루션 분할 계획을 밝히며 주가 급락을 겪었다.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을 결의한 지난해 9월 16일 당일 주가가 6.1% 빠져 70만원선이 붕괴됐다. 7거래일 기준으로는 15.84% 급락했다. 하지만 두 달만에 분할 발표 이전 수준을 회복했고 이후 LG엔솔 출범일인 12월 1일에는 80만9000원을 기록, 연초 들어서는 100만원선을 넘겼다. 지난 6일 장마감 기준으로는 분할 발표 이전 대비 약 15% 오른 84만2000원을 기록 중이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지난달 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 호텔에서 열린 '스토리데이' 행사에서 회사의 그린 중심 성장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SK이노베이션
전문가들은 배터리 사업 부문이 여전히 저평가 돼있는 만큼 추가 타격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상원 대신증권 연구원은 "물적분할 소식은 이미 상당 부분 선반영된 이슈로 정유회사인 에스오일과 이차전지 소재 업체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의 시가총액을 고려하면 현재 주가에 반영된 배터리 사업 가치는 3조원에 불과하다"면서 "향후 배터리 자회사의 IPO에 따른 부정적 효과를 감안해도 과도한 저평가 상태"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SK이노 배터리의 경쟁력과 산업 성장 속도를 감안하면 지분가치 희석보다 분할에 따른 기업 가치 상승분이 오히려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백영찬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2~3년간 적극적인 배터리 증설 투자를 통한 선제적인 시장 확보가 필요한 만큼 물적분할로 모회사 지원 아래 배터리 증설투자를 할 수 있고 IPO로 투자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면서 "적극적 투자가 배터리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만큼 현 시점에서 배터리 사업 안정화 이후 인적분할로 타이밍을 놓치는 것보다는 장기적인 기업가치 제고를 고려했을 때 물적분할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배터리 사업 분할 결정은 흑자로 전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는 것으로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배터리 사업의 지분율이 줄어드는 지분가치 희석보다 추가 자금 조달로 인한 배터리 부문의 성장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으로 인한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SK이노는 지주사 전환 후 친환경 포트폴리오 연구 개발과 인수합병 역량을 강화해 기업 가치 제고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폐배터리 재활용(BMR) 사업 등 신사업에 본격 뛰어든다. 내년 초 BMR 사업 관련 시험 공장을 완공하고 오는 2025년까지 상업 공장을 가동 연간 6만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김양섭 SK이노베이션 재무본부장은 지난 4일 2분기 실적 발표 후 열린 컨퍼런스콜에서 "배터리 리사이클 사업의 추가적인 성장 옵션을 발굴하고 밸류 창출까지 연계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계획"이라며 "지주사로서 포트폴리오를 높일 방안을 지속적으로 실행해 자체 사업의 기업 가치를 창출하겠다"고 말했다.
백주아 기자 clockwor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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