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태 기자] 주요 저축은행에서 취급한 소액신용대출의 연체율이 확대됐다. 부실 리스크 관리를 위해 소액대출 취급을 줄였음에도 오히려 연체 규모가 늘어난 것이다. 코로나19 여파로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저신용자가 증가하며 부실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업계에 따르면 SBI저축은행 등 주요 저축은행이 소액대출 규모를 축소했지만 연체액이 늘어났다. 소액대출은 300만원 이하 금액으로 취급되는 신용대출이다.
SBI저축은행의 6월 말 기준 총대출에서 소액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1.50%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0.09%p 감소했다. 올 상반기 저축은행들이 대출 취급을 크게 확대한 것을 고려하면 소액대출 공급이 사실상 축소된 셈이다. 소액대출 규모는 줄었지만 연체액은 되레 늘었다. 6월 말 전체 소액대출 중 연체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93%로 지난해 말보다 1.03%p 확대됐다. 액수로 봐도 44억원을 기록해 전년 말 대비 57.10% 증가했다.
OK저축은행도 비슷한 양상을 보였다. 6월 말까지 취급한 총대출 중 소액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52%로 지난해 말보다 0.70%p 줄었다. 금액 기준으로는 총대출 규모가 약 6000억원 늘었지만 소액대출은 400억원가량 감소했다. 그럼에도 소액대출 중 연체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8.20%로 전년 말보다 1.65%p 상승했다.
이처럼 업계 1, 2위 저축은행에서 소액대출 연체 비율이 높아진 것은 제때 상환이 어려운 차주가 늘어난 탓으로 분석된다. 소액대출은 통상 급전이 필요하거나 기존에 이용 중인 대출 이자를 상환하기 위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향에 따라 저축은행들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공급을 계속 축소해 연체율을 관리해왔지만 코로나 확산 여파로 연체율 상승을 막지 못한 것으로 분석된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소액대출은 일반 신용대출보다 신용등급이 낮은 차주가 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부실이 전이될 수 있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에 비해 다중채무자의 이용 비중이 높다. 오는 10월부터 종료되는 원리금 상환 유예 정책 역시 우려되는 요인이다. 원리금 상환 유예로 부실이 이연된 상황에서 소액대출을 이용 중인 일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부실이 일시에 커질 수 있어서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3개월 이상 연체된 금액이 고정이하여신으로 잡혀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연체율이 낮다"며 "해제되는 순간 연체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도 부담으로 꼽힌다. 지난달 기준금리가 15개월 만에 0.25%p 상승했다. 한국은행은 연내 기준금리를 1% 수준까지 추가 인상하겠다는 방침도 시사하고 있다. 금리가 높아지면 대출 이자 부담도 연달아 커지는 만큼 저축은행 연체율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박기홍 코리아크레딧뷰로 연구소 부장은 "하반기 금리 상승 시 서민금융 부실 확대로 인한 연체율 상승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며 "특히 임대사업자, 경기민감업종 대출 등을 중심으로 개인사업자 대출 위험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주요 저축은행에서 소액대출 연체 비중이 확대되면서 부실 위험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뉴시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