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용훈 기자] # 울산에 거주하는 직장인 5년 차 A씨(34세)는 7일 재난지원금 탈락 소식을 접하는 순간 어안이 벙벙했다. 올해 6월 기준 건강보험료가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 '선정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이다. A씨는 "직장 동료는 2년 전 영끌해 집도 마련하고 심지어 집값까지 올랐다. 난 지금도 무주택자로 월 50만원짜리 월세살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결혼 못 해서 혼자 사는 게 죄냐. 같은 월급에 집 있는 사람도 받는데 왜 못 받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울분을 토했다.
#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37세)도 이번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자에서 탈락했다. 아이 1명을 키우는 B씨 부부는 맞벌이 가구로 본인과 아내의 건강보험료 합산 금액이 지급 대상 선정기준인 25만원을 넘는다. B씨는 "우리부부가 맞벌이를 왜 하겠냐"며 "우리 가족이 살 수 있는 내집마련을 하기 전까지라도 와이프가 같이 고생하는 건데, 집 있는 외벌이 가족은 받고 우리는 못 받는 게 정말 맞냐"고 되물었다.
정부가 지난 6일부터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지급 신청에 들어갔다. 사진은 지급 대상자 탈락 공지 화면. 사진/뉴스토마토.
국민 약 88%가 1인당 25만원씩 받는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이 지급이 시작된 가운데 지급 대상에서 탈락한 이들을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특히 직장인의 경우 월급이 비슷하거나 많은 외벌이 가구는 대상자에 포함된 반면, 혼자 사는 1인가구나 맞벌이 가구가 탈락하는 등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정부는 올해 6월 부과된 본인 부담 건강보험료 가구별 합산액이 '선정기준 이하'인 경우에만 국민지원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건강보험료 기준은 1인 가구 17만원(직장가입자·지역자입자), 2인 가구 20만원(직장)·21만원(지역), 3인 가구 25만원(직장)·28만원(지역), 4인 가구 31만원(직장)·35만원(지역), 5인 가구 39만원(직장)·43만원(지역) 등이다.
예를 들어 2인 맞벌이 가구는 3인 홑벌이 가구와 동일한 건보료 기준액 25만원(직장)이 적용된다.
국민지원금 선정 기준표. 표/기획재정부.
이에 대해 B씨는 "직장에서 재난지원금 탈락했다고 말하면 '부자'라고 농담을 건낸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나는 내가 대한민국 상위 12%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지금도 아침에 출근할 때마다 아기랑 와이프한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A씨 역시 "88% 선정 기준이 정말 누구를 위한 거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전 국민한테 20만원씩 지급했으면 모두가 만족했을 것"이라며 "남들보다 세금 많이 내는 직장인이 20만원 받는다고 무슨 큰일 나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이런 불만 섞인 목소리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도 확산되고 있다.
한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에서는 "자영업자라 현재 소득도 제로인 상태라 '당연히 나는 대상자겠지'라는 마음으로 확인해 봤는데, 황당하게도 대상자가 아니네요", "저는 제가 한 번도 돈을 많이 번다고 생각 해본 적 없는데, 못 받는다니 너무 섭섭하네요", "제가 상위 12%라니 이해가 안 갑니다", "이게 정부에서 말한 '자부심'이란 건가요", "이렇게 선별 쇼할 비용과 인력 아끼면 전 국민 지급이 낫겠다" 등의 반응이다.
11조원의 예산을 쏟아붓고도 이 같은 비판이 나오자, 이날 김부겸 국무총리는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국민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김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를 통해 "코로나로 일상생활과 생업에 어려움을 겪고 계신 국민들께 작은 위로와 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면서도 "지원금의 취지와 재정여건 등을 고려해, 일부 고소득층은 지급대상에서 제외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널리 이해해 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정부는 지급대상자 선정결과에 이의가 있는 국민들을 위해 별도의 이의신청 절차를 운영한다. 국민지원금 지급 기준일인 6월 30일 이후 혼인·출산 등으로 가족관계가 변동됐거나 건강보험료 조정이 필요한 경우에도 이의신청이 가능하다.
작년과 달리 올해는 온라인 이의신청도 이뤄진다. 국민지원금 신청이 개시되는 지난 6일부터 온라인 국민신문고 또는 주소지를 관할하는 읍면동 주민센터에서 접수하면 된다.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이 시작된 6일 오전 서울 중로구 도심에서 시민들이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신청 안내 현수막 앞을 지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조용훈 기자 joyongh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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