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20대 여교사 10명 중 6명 이상이 최근 3년 동안 페미니즘에 대한 반발성 공격인 '백래시' 피해를 겪을 정도로 학교 현장에 젠더폭력이 만연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성희롱·성폭력을 경험한 20대 여성도 10명 중 7명꼴이었다. 백래시란 페미니즘 같은 사회적·정치적 변화에 따라 대중에게서 나타나는 반발을 뜻하는 용어다. 이같은 반발심은 단순한 의견 개진에서부터 시위나 폭력과 같은 행동으로까지 표현된다.
양대 교원단체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9일 오전 전교조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학교 내 페미니즘 백래시와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교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7월14~23일 교사 113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이다.
조사 결과 최근 3년간 백래시 피해 경험이 한 번이라도 있다고 있다고 답한 여교사는 37.5%, 남교사는 19.6%였다. 특히 20대 여교사는 66.7%였다. 43.9%가 공식 자리에서 혐오표현 발언을 들었고, 32.5%는 '메갈'·'페미'냐고 조롱하듯 묻는 발언을 들었다고 답변했다.
피해 경험 있는 여교사의 69.4%는 백래시 행위자(복수응답 가능)로 학생을 지목했다. 남교사의 경우 47.8%였다. 이를 두고 전교조는 여교사와 학생과의 관계가 단순한 지위 위계를 넘어 젠더 권력 관계라고 해석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학교 성희롱·성폭력의 경우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한 여교사의 비율은 41.3%, 남교사는 21.3%였다. 특히 20대 여교사는 71.5%나 됐다.
성희롱·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여교사는 행위자(복수응답 가능)로 학생(55.8%), 동료 교사(49.1%), 학교 관리자(24.7%) 순으로 지목했다. 그에 반해 남교사의 경우 동료 교사(62.0%), 학생(48.0%), 학교 관리자(26.0%) 순이었다.
전희영 전교조 위원장은 "학교 내 교사에 대한 페미니즘 백래시와 성희롱·성폭력은 일부 특정한 교사들한테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니라, 학교 현장에 만연해있는 혐오 문화이자 하루 빨리 대책을 세워야 할 심각한 교육 문제"라고 규정했다.
전교조는 문제 해결 방안으로 성평등 지원센터(가칭)의 개설 및 교육청 차원의 운영을 내세웠다. 센터의 역할로는 △학교 내 성고충 사안에 대한 상시적 전문상담 △문제해결을 위한 안내와 지원 △피해고발자 치유회복 프로그램 시행 △학교 공동체 차원의 회복지원 △정기적 실질적으로 학교 구성원에 대한 성평등 교육 △재발방지 위한 결정사항 이행 점검 및 모니터링 △성희롱 성폭력 전수조사 정기적 실시 △성인지적 관점에서의 문제 자문 조정 등이 있다.
손지은 전교조 여성부위원장은 "교육청의 기존 성평등 전담 부서는 성평등 전문 인력을 배치하지 않거나 성평등 외 다른 업무까지 맡고 있다"며 "전담 부서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성평등 지원센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9일 오전 전교조 본부에서 '학교 내 페미니즘 백리시와 성희롱·성폭력에 대한 교사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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